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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핵심 과제로 건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 대만  등 국제적인 원전 회귀 움직임에 국내 여론까지 탈원전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 시점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년 상반기까지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원전의 심장부인 고리와 울산을 찾은 것은 의미 있는 행보다.  산자부 장관의 발언에 부산, 경북과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울산의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성윤모 장관은 지난 3일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으로 지난해 6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현장을 방문해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원전해체 분야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전략을 산·학·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40년간 운영을 해 온 고리 1호기는 현재 사용 후 핵연료 냉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시작하며, 모든 과정을 마친 후 부지 복원 작업은 2031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 장관은 "국내외 원전해체 시장 본격 확대에 대비해 고리 1호기가 신성장동력인 원전해체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안전한 해체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성 장관은 현재 약 40%의 공정률을 보이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서는 협력사 및 지역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신고리 5·6호기는 지난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한때 공사가 중단됐다가 시민 공론조사를 거쳐 작업이 재개된 곳으로, 2023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 장관은 건설공사를 마무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허가만을 남겨놓은 신고리 4호기 현장을 점검했다. 신고리 4호기는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모형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장관이 직접 원전해체산업 육성 계획을 밝히면서 울산이 그 중심이 될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번 무산됐던 원전해체연구소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히며 재추진 중이다. 현재 울산, 부산, 경북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 부지는 원전해체산업 육성 종합전략이 마련되는 내년 상반기 결정될 전망이다. 

산자부는 올해 말까지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구축을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 연구 용역을 마무리 하고, 내년 상반기에 예비타당성 조사와 입지 선정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 1호기에 이어 2호기(2023년), 3호기(2025년), 4호기(2026년)를 거쳐 신고리 1호기(2051년), 2호기(2052년) 순으로 폐로에 들어갈 예정이라 원전해체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은 울주군이 조성 중인 에너지융합산단에 원전해체기술 연구센터 부지 3만3,000㎡를 마련하고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해체센터의 입지 문제에 있어 울산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울산은 이미 산업적 측면에서 플랜트, 정밀화학, 환경복원 등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보유해 해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쉽고 원전 해체기술 연구를 바로 실증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입지 여건은 원전단지를 비롯해 UNIST,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등 관련 교육·연구기관이 있고,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하는 거대 고하중 설비 운송을 위한 해상과 육상의 접근성이 우수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상황이다.

특히 기술적 연계성 측면에서는 고리, 월성, 신고리 등 인접 원전단지에 국내에서 운영 중인 모든 모델의 원전이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이 전문화돼 향후 해체기술의 타산업 응용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울주군 서생면 에너지융합산업단지 내 연구소 부지를 확정했고 원전이 있는 부산, 경북보다 국가의 인프라 수혜가 없어 원전 입지 도시간 균형발전 측면에서 울산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여론의 눈치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고우면하면 정책결정이 산으로 가게 된다. 정부 정책이 여론에 밀리거나 반발이 두려워 움추려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은 어떤 반발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것이 옳다. 정부도 이번에야말로 객관적 자료와 근거에 방점을 두고 해체센터 선정에 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전 문제에 있어서 어느 쪽이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장점을 가진 것인지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제대로 살펴 에너지 정책과 원전해체센터 지정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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