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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무리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지난 4일 연 10만대 규모 1,000㏄미만 경형 SUV 생산공장 설립에 잠정합의했다. 조만간 양자간에 최종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2022년경 광주시에서도 현대차를 생산하게 된다. 지난 6월부터 논의에 들어간 이 문제는 그간 광주지역 내부의 불협화음, 노동계 반발, 현대차와 협의 난항 등으로 큰 부침을 겪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시종일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해 왔다. 노조가 반발하는 근거로는 국내 경차시장 붕괴와 이로 인한 국내 자동차산업 몰락, 울산의 고용불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는 기대 이상이고, 심지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여야 정치권조차도 초당적으로 협력했다. 실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일 정도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시점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 첫 시범사례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일부 지자체는 광주형 일자리를 표본 삼아 탈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광주형 일자리 하나가 우리나라 지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환경이 이런 가운데 광주형 공장이 울산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좀더 면밀히 따져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 경차시장 붕괴, 장기적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고용불안 초래와 울산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방문 당시 밝힌 바에 따르면 광주에서 생산할 차종은 수출이 주가 되는 경형 SUV다. 이 말을 빌리자면 내수비중이 높은 경차와의 판매간섭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사 국내에서 이 차종을 판매하더라도 성격상 SUV이어서 판매포지션 자체가 상이한 경차시장 잠식을 섣불리 장담하기 힘들다.

연간 10만대 규모로 광주에서 생산이 시작되더라도 이로 인해 울산경제가 받을 영향은 지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게 지역 경제 전문가의 솔직한 진단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애당초 생산계획조차 없던 차종으로 울산공장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빼나가는 것도 아닌 데다가 1,000㏄미만 경형 SUV여서 경제파급효과도 매우 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연고도 없는 광주시가 현대차 경형 SUV 생산자로 사실상 결정 난 데에는 고임금 저생산의 국내 자동차생산공장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간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값 임금인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업종의 고비용 저생산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고임금으로 시름하는 국내공장의 약점을 보완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자동차산업이 올해보다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석상에서 "왜 울산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못 만드는지 너무 안타깝고 여기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울산시 관계자의 쓴소리는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이 지역경제의 미래 방향을 놓쳐버리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

국내 자동차산업 메카인 울산이 미래에도 자동차산업 중심도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이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울산의 산업지형을 변모하는 쪽으로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 미래 자동차시장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고부가가치 먹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지역경제와 고용안정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는 것도 당연한 과제다. 다시 말해 광주형 일자리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일자리' 확보를 위해 민관, 기업, 노조가 함께 하는 울산의 일자리 청사진을 그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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