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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제 11회 서덕출 문학상 수상자로 뽑혀 난생 처음 시상식이 열리는 울산을 가보게 되었다. KTX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설레던 순간이 생생히 떠오른다. 

몹시 추웠던 날씨 탓도 있지만 등단 이후 29년 만에 받는 첫 문학상이어서 긴장과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나를 따뜻하게 맞아준 당시 울산아동문학회장 박영식 시인을 비롯한 지역 아동문학인 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서덕출 선생의 작품을 찾아 다시 읽었다. 

암울하고 혹독했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요시인. 어릴 적 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한글을 깨쳐서 10대 후반인 1925년 '봄편지'를 발표한 소년문예가. 

서덕출 선생에게 동요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의지의 샘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봄편지'는 억압과 핍박으로부터 해방과 희망을, 그리하여 어린이들에게 '눈꽃송이'처럼 순순한 동심의 세계를 꿈꾸며 자라나길 갈구하지 않았을까?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순수한 동심과 아이들의 삶보다도 시인의 개성과 표현이 앞서는 시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가 길어지고 상상과 표현을 앞세워 난해해지는 요즘 나는 어떤 동시를 써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는 기회였고 그 동안 써 온 내 동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등단 10여 년 정도까지는 아이들과 이웃들의 삶에 주목하며 진정성의 깊이를 추구하였다. 시골에서 소도시로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 작품의 성격과 유형에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도시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포착하여 간결한 표현 속에 익살을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놀지 못하고 학원으로 내몰리는 도시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마도 그 때부터 내 동시쓰기가 벽에 가로막혔다. 운율과 간결한 묘사, 폭 넓은 공감을 획득하면서 내면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나만의 동시쓰기 방식을 찾고자 고민하면서 한동안 작품을 쓰지 못했다. 

30년 동안 동시를 썼고, 동시집을 일곱 권 출간했지만 오히려 그 경험과 경력이 새로운 동시쓰기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인연이 닿은 서덕출 문학상은 내 동시쓰기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내 동시는 왜 노래가 되지 못하는가? 수상 수감에 밝혔듯 앞으로는 시어를 다듬고 운율을 살려서 아름다운 노랫말이 되는 동시를 쓰는 데에도 노력할 작정이다. 재미 난 노래가 되는 동시, 서정과 낭만이 깃든 노래가 되는 동시, 공감을 줄 수 있는 동시이면서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동시 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그것이 막힌 내 동시쓰기의 출구이기도 하고 주옥같은 동요시를 쓰신 서덕출 선생의 시정신을 본받는 일이기도 하다.

울산신문사가 주최하는 서덕출 문학상은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나라 아동문학상으로서 권위와 위상을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 2007년 제 1회 수상자인 남호섭 시인부터 올해 제 12회까지 수상자의 활동 지역을 보면 수도권과 지방을 아우르고 있으며, 동시와 동화를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수를 차지하는 동시도 그 유형이 다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사위원이 수시로 바뀌어서 특정인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서덕출 문학의 재조명과 아동문학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울산신문사 서덕출 문학상 운영위원회의 의지와 배타적이지 않은 울산 아동문학인 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끝으로 올해 제 12회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장영복 시인과 조희양 동화작가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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