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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면 한국 아동문학계에 큰 경사가 있다. 바로 서덕출 문학상 시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서덕출 문학상은 제정 이후 한국아동문학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아동문학상을 제정한 사실에 주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상작가들의 역량과 위상이 돋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아동문학계에서 저평가를 받았던 서덕출 선생의 재조명은 우리 아동문학계에 큰 자산이 됐다.   

울산과 서덕출이라는 이름은 참 오랫동안 잊혀져왔다. 울산의 서덕출이라는 이름보다는 눈꽃송이 등 서덕출 선생의 동요가 세상에 훨씬 먼저 알려졌다. '송이송이 눈꽃송이'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동요 '눈꽃송이'(작곡 박재훈)는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는 동요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랫말을 지은 동요작가 서덕출 선생은 잘 모른다.

서덕출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바로 울산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서덕출 선생의 동시는 70여 편으로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봄편지'를 비롯해 '봉선화' '눈꽃송이' '산 넘어 저쪽' 등 시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동시 '봄편지'는 196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바로 그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서덕출문학상이 울산에서 벌써 12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 대한민국 아동문학계에서 서덕출문학상은 권위와 명성을 더해가는 문학상이 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출신인사들의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 기념관을 갖고 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지역민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창구로서의 기능까지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부 도시들이 자신들의 출향인사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지역민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창구로서의 기능을 해나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울산신문이 서덕출문학상을 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서덕출 문학상 제정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울산 중구에서는 서덕출 공원과 문학관 등을 이미 만들거나 계획 중에 있다. 지난 2016년 10년을 맞아 역대 수상작들을 모은 작품집을 냈다. 작품집에는 서덕출 선생의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와 선생의 연보 등이 실렸다. 

서덕출 선생의 시 '눈꽃송이'와 '봄편지' '이웃동무' '나비춤' 등 다수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서덕출 문학상의 제1회 수상자인 남호섭 씨 부터 제2회 수상자 신형건, 제3회 수상자 정임조, 제4회 수상자 박선미, 제5회 수상자 김미영, 제6회 공동 수상자 김미희, 김시민, 제7회 수상자 서정홍, 제8회 수상자 김바다, 제9회 수상자 김이삭, 제10회 수상자 성명진 씨 까지 역대 수상자들의 동시집 소개와 수상소감, 작품 등도 수록했다.

올해로 12회 수상자를 낸 서덕출 문학상은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앞으로는 서덕출이라는 브랜드를 문화 콘텐츠화하고 스토리텔링 하는 작업을 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서덕출 선생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화 하는 일은 인간 서덕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고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동요가 가진 힘을 깨우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울산이 낳은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조합을 이룬다. 그중 특히 중요한 건 사람과 기획의 뒷받침이다. 서덕출 문학을 재해석하는 한편 이를 외부로 확장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서덕출 없는 서덕출 기념사업'이 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서덕출이란 문학인을 기념한다는 원칙과 이를 지역 정체성과 결합하는 노력은 필수다.

그동안 울산에선 문학상 뿐 아니라 서덕출문학제, 창작동요제, 봄편지 백일장·사생대회, 서덕출공원문화제, 봄편지 노래비 등 다양한 사업이 있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서덕출 문학의 과거에 갇힐 것이 아니라 그의 문학이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첫째 그의 문학은 아동문학으로, 아동순결주의에 갇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고 장애인으로 평생을 산 선생의 처지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문학적 창구다. 서덕출 선생이 가진 지역성과 생명의식, 공동체 의식을 부각해 울산 중구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으로 확산해 울산의 문화자산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신문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 아이들의 동심이 노래로 흘러나오는 도시, 문화시민들이 내고장 울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오늘 12회 수상작가로 선정된 조희양 장영복 두 작가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서덕출 선생의 이름에 걸맞은 좋은 작품으로 어린이와 독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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