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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례적으로 의기투합,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을 '패싱'하고 7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나선다.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2일)을 닷새 지나 처리하는 것이다.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 불발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야3당이 선거구제 개편과 예산을 연계시키자, 수용 불가 입장인 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한국당과 손을 잡은 것이다. 내심 야3당의 연동형 비례제에 불만이던 한국당은 민주당이 전면에 나서자 '묻어가는' 전략을 취했다.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표 간 잠정합의문을 마련, 오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잠정 합의문에 대한 의원들의 추인을 받은 뒤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7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2017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2018년도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처리키로 했다. 

예산안 감액 규모는 5조원 이상이다. 야권에서는 5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의 일반회계 전입금 등이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보험 구직급여 지급수준 상향 등도 합의문에 담겼다. 다음해 7월부터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지급수준 상향(평균임금의 50%→60%) 및 지급기간 연장(90일~240일→120일~270일) 등 보장성 강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정부가 증원을 요청한 국가직 공무원 규모 중 3,000명은 감축키로 했다. 필수인력인 의경대체 경찰인력 및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한 것이다.

감액과 함께 증액도 진행된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은 확대된다. 다음해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0세에서 만5세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지급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최대 생후 84개월, 만7세)까지 확대키로 했다. 

또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서 아동수당 확대 및 출산장려금, 난임치료 확대 등 출산 지원제도의 획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라는 조항도 합의문에 담겼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및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SOC예산도 확대 조정됐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 개정으로 이·통장 활동수당을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현행 부가가치세의 11%에서 15%로 인상토록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정부안을 유지키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9월13일에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조정대상 지역 내의 2주택에 대한 세부담 상환을 200%로 완화키로 했다. 


또 '1세대 1주택자'의 보유기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5년 이상 보유시 50%로 상향(연령에 대한 세액공제율과 합해 최대 70% 한도)하는 방안을 반영해 세입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키로 했다. 

국채발행 한도는 당초 정부예산안보다 1조8,000억원 규모 추가 확대키로 했다.
한국당이 4조원 세입 결손을 문제삼던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합의문에 담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추진된 지방재정분권에 따른 유류세 인하 등으로 발생한 국채발행 규모를 고려해 올해 안에 국채 4조원을 조기에 상환하라고 했다.

한편 이날 합의과정에서 패싱당한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잠정 합의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양당의 기득권 욕심이 정치개혁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야3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를 여당과 제1야당이 배제하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고 비판하며 향후 정국에 협조는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민주당·한국당)은 철저한 기득권 동맹을 선택했다"며 "여당인 민주당은 스스로 촛불 혁명의 실패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평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한국당 역시 정치의 오랜 숙원인 정치개혁을 계속 모른척해오다 결국 여당과 야합했다"며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정치개혁 중단 뿐 아니라 역행도 서슴지않는게 양당의 맨 얼굴"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야 3당은 기득권인 민주당과 한국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양당이 야합을 멈추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를 거두지 않으면 3당은 보다 강력한 투쟁으로 정치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오늘(6일) 아침 일찍이 한국당과 야합을 끝낸 상황이었다"며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국민과 함께 규탄한다"고도 말했다.
 서울=조원호 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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