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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의료문제는 시민들의 민원 1순위다. KTX가 개통한 이후 의료 부문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료혜택 격차가 소득 수준과 비례하며 양극화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여 년 동안 울산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공병원이나 산재모병원, 국립병원 등 의료시설 확충에 목을 맸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선거 유세 때만 잠깐 관심을 보일 뿐, 언제나 도루묵이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가 공공병원 설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분원' 유치를 추진하는 모양이다. 송철호 시장이 직접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물밑 접촉하고, 정몽주 정책 특보가 위원장을 맡은 '울산 공공병원 건립 협의체'도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는 소식이다. 

울산의 숙원사업인 공공병원 설립은 수년 째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보험공단 직영병원을 유치할 경우 복잡하게 얽킨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울산시의 계산이다. 문제는 타 도시와의 경쟁에서 울산 유치의 필요성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와 의사 협회 등의 반발을 잠재우는 부분이 걸림돌이다. 울산시는 이미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협의체가 몇 차례 회의도 가졌다. 그동안 회의를 통해 의견수렴과 추진위원회 구성, 연구용역 발주 문제 등을 논의해 왔다고 한다. 협의체는 정몽주 정책 특보가 위원장을 맡았고, 시의원과 건강연대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이후 울산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그룹으로 자문위원을 선정하고 본격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울산시는 공식적으로 국립병원이나 국립병원 분원 유치, 특성화 된 또 다른 형태의 국립병원 유치 등의 방안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립병원 유치는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대안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보험공단 직영병원 분원 유치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보험공단은 노인 인구와 의료 욕구의 증가, 질병 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의료서비스 환경과 병원 운영 모델 제시가 요구되자, 공익적 차원에서 의료 서비스 취약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보험자 직영 병원인 '일산병원'을 설립했다.  또 최근에는 일산병원의 성공을 발판으로 영남과 호남권에 각 1개씩 직영병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른 관련 용역을 내년 초 발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영남권 유치의 경우 부산과 대구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울산의 공공병원 유치가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울산공공병원 설립' 공약이 제시됐고, 울산국립병원 설립 추진위가 대정부 건의문과 함께 시민 서명지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공병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울산시민에게 약속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다. 무엇보다 울산공공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 2017년 4월 11일 울산비전을 발표하면서 '시민과 노동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공공병원은 '시민과 산재노동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병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 시민들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건립을 믿고 있다 허망한 꼴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약속만 한채 집권 2년차를 그냥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울산형 공공병원인 국립병원 유치가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내년 정부 당초예산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울산시는 앞선 산재모병원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무산되자 국립병원은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묵묵부답이다. 울산시가 검토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 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문제는 재원과 방법이다. 선거용 공약으로 끝난 과거의 전례가 그렇듯 막대한 자금과 까다로운 절차는 해소되지 않았는데 약속만 남발하는 형국이다. 울산의 의료문제가 제대로 다뤄져 반듯한 공공병원이 건립되어야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울산 홀대가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진다면 울산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선거용이 아닌 시민용 병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울산시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분원유치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지만 자칫 분원과 국립병원 공약 둘다 놓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초 약속한 국립병원 형태의 공공병원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울산의 숙원인 국립병원 유치를 제대로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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