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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하 배관인 열수송관이 터져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은 울산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총연장 1만 2,000㎞가 넘는 다양한 지하 배관이 땅 밑에 깔려 있다. 오래전부터 이 지하배관은 울산시의 골칫거리였고 지금도 지하배관과 관련한 다양한 민원이 일어나고 있다. 석유화학 등 특수한 업종이 즐비한 울산의 경우 국가 산업단지에 수많은 기업이 산재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를 모르는 판이다. 실제로 울산의 지하에는 노후한 가스관이나 송유관, 화학관, 수소관, 스팀관 등이 그물망처럼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울산시가 공식적으로 파악한 지하 배관이 모두 1만 2,800㎞에 달한다. 경부선(441.7㎞)의 29배 길이다.

지하 배관은 8개 종류로 나뉘는데, 지하에 전선이 연결된 전력관이 5,731㎞로 가장 길다. 이어 하수관 3,799㎞, 상수관 3,23㎞, 가스관 2,552㎞, 통신관 1,896㎞, 송유관 1,741㎞, 화학관 722㎞, 스팀관 60㎞ 등이 있다. 울산 미포 국가산단과 온산 국가산단 2곳에는 이들 8개 지하 배관이 모두 1,660㎞에 이른다. 울산에는 고양시에서 터진 것과 같은 온수를 옮기는 열수송관은 없지만, 주로 공장과 공장을 연결하는 스팀관이 있다. 또 위험관으로 분류하는 가스관과 송유관, 화학관만 4,000㎞가 넘는다. 모두 1970년대 울산 국가산단이 조성될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오래된 지하 배관 수령은 40년이 넘은 것도 있다. 

울산공단의 안전문제는 사실상 이제 위험수위에 달했다. 울산국가산단은 전국 국가산단 가운데 올해 최다 사고 발생공단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국가산단 사고 및 사상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사상자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산단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총 89명이었고, 부상자도 24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0월까지 국가산단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27명으로 전년 사망자 13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수에 비해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인명피해가 큰 중대사고가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사고 수는 2014년 4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2015년에는 39건, 2016년에는 31건, 2019년에는 19건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 8일까지 2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의 경우 올해는 지하매설관으로 인한 사고가 두드러졌다. 가까운 것은 지난 10월 있었던 울산시 남구 KOSPO 영남파워황산 유출 복합화력발전소 발전공정에서 스팀(증기) 누출사고다. 이 사고로 3명이 다리 2도 화상이나 등뼈 골절 등 중상을, 다른 3명이 발목이나 팔 2도 화상 등 경상을 입는 등 근로자 6명이 다쳤다. 사고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근로자 6명이 배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고온·고압 상태의 스팀이 갑자기 분출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 한 달 전에는 우려한 공단 내 지하 배관 폭발 사고도 발생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울산시 남구 선암동 명동삼거리 주변 도로 아래 매설된 대형 스팀 배관이 폭발로 파손돼 다량의 스팀이 분출됐다. 이 사고로 공단에서 명동삼거리 방향 편도 2개 차로 일부가 패고, 도로에 있던 덤프트럭 1대가 파손됐다. 인근 건물 벽도 부서지는 등 피해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스팀은 한주와 다른 공장 간에 연결된 배관을 통해 공급된다. 지난 6월에는 울산시 남구 부곡동의 한 석유화학업체 지하 배관에서 황산 일부가 유출됐다. 

문제는 대책이다. 울산의 경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등 2개 국가산단에 1,200개 업체가 입주해 가동 중이다. 울산미포 및 온산국가산단 입주 업체들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비철금속 등 중화학업종이 대부분이어서 가스누출·화재·폭발 등 대형 재난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폭발이나 사고, 혹은 올들어 잦은 지하매설관 사고는 울산시가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받게되면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산단 관리 권한이 국가 기관에만 있고 해당 지자체에는 없어 자치단체가 국가산단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는데다 사고 발생 시 주민 대피 등 초동대처 능력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울산 국가산단의 화재·폭발 사고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특히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하매설관 폭발사고와 관련해 울산시는 노후한 지하 배관 안전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배관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공동 관리해 궁극적인 안전을 담보할 '통합 파이프 랙 설치 사업'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예산 부족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재난을 미리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각종 재난안전사고가 대책이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다. 확실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울산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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