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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작한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모급 행사가 한파에 얼어붙었다고 한다. 울산 시청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좀처럼 수은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역 특성상 기업기부 의존도가 높지만 조선업 불황 등으로 지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법인모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11일까지 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업계의 장기불황에다 수년 째 호황을 이어온 석유화학업체들까지 외면하면서 올해 목표액 70억원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한 '희망 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현재 8억 여 원으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12℃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 31억 2,570여 만 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울산공동모금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모금 목표액을 70억 원으로 정한 상황이다. 온도탑 수은주는 목표액인 70억 원의 1%인 7,000만 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저조한 실적은 울산지역 제조업의 장기불황에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석유화학업체들마저도 참여가 미미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 개인기부 보다는 기업의 기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석유화학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집중된 곳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의 경우 조선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불황여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석유화학업종의 가세로 목표액인 69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석유화학업종 업황이 요동치면서 지난해 실적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까지 나눔캠페인에 참여한 업체는 S-OIL이 유일하다. 여기에 SK와 대한유화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시점에 기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정도이다. S-OIL과 SK 울산공장들은 매년 3억 원 안팎으로 연말 나눔캠페인에 참여해 오고 있다. 

울산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역 주력사업이 주춤하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자 법인 기부자를 만나 협조를 구해도 대부분 어렵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0월 말 기준 모금액은 73억 4,000만 원으로, 같은 날 전년대비 75억 7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1억 6,700만 원이 저조한 상황이다. 그 중 법인기부금은 10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32억 7,000만 원이 모금된 것에 비해 전년 동기 모금액에서는 42억 3,800만 원으로, 기업기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기 불황과 더불어 기부금 감소는 기부금 관련 각종 비리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동구지역 사회복지법인의 비리 등 각종 관련비리 때문에 기부금 신고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7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1년 36.4%였던 응답률이 지난해에는 26.7%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 등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물론 사회분위기는 그럴 수 있지만 연말에 이뤄지는 모금행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울산의 경우 어느 때보다 지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실물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목표 온도 100도를 초과해 울산시민의 사랑이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온도탑 수은주는 공동모금회가 모금된 이웃돕기 성금 액수에 따라 사랑의 온도를 높여 울산시민에게 '이웃사랑'의 현황을 눈으로 보이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전국 최고의 소득을 자랑하는 울산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하루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이 널려 있다. 

한시준 공동모금회 회장은 "불황기 일수록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은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럴 때 일수록 울산시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참여가 절실하다"면서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고 나눔과 희망을 함께해 주신 분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번 겨울에도 울산의 나눔 온도가 펄펄 끓어오를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의 위기 때문에 이웃에 대한 주위의 관심까지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만큼 우리 사회의 훈훈함이 전해져 이 겨울 소외된 이웃들의 얼굴에 넉넉한 미소가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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