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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새벽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당 합의로 통과한 내년 예산 규모는 당초 정부 예산안(470조 5,000억 원)보다 9,265억 순감한 469조 5,752억 원(총지출 기준)이다.

문제는 심야에 통관된 예산안에는 당초 합의에 없던 이상한 예산이 19건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쪽지예산이다. 올해는 쪽지가 카톡으로 변해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바로 카톡예산이다. 카톡예산을 가능하게 한 것은 비공개 밀실 예산 심사를 가능하게 한 예산안 소소위(소위원회보다 더 작은 소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다. 발언 내용이 기록되지 않고 어떤 경로로 예산 책정이 됐는지 비밀에 묻히는 예산 심의다.

카톡예산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실세급 의원들의 지역구에만 쏠리는 특정 예산 때문이다. 국회의장을 필두로 여야 실세들이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가져오는 이른바 쪽지예산은 올해의 경우 카톡예산으로 방법이 진화됐다.

소위에서 삭감한 복지 분야 예산 1조 2,000억 원이 그대로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으로 돌아갔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국회 소소위 심사에서 카톡예산을 양합, 졸속으로 통과했다는 비판은 그래서 당사자들에게 아픈 이야기다.

내용은 가관이다. 실세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으로 흘러갔고 그 규모는 정부안보다 1조 2,000억 원 늘었다. 늘어난 SOC 예산은 국회와 여야 지도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의 지역구로 상당 부분 돌아갔다.

대표적인 카톡예산은 모범을 보여야할 문희상 국회의장부터 선수를 쳤다. 문 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었던 망월사역 시설개선비(15억 원), 의정부 행복두리센터 건립비(10억 원) 등을 추가로 배정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관련 사업들도 예산이 늘었다.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이 정부안(303억 4,500만 원)보다 253억 원 늘었으며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는 정부안보다 각각 10억 원, 5억 원이 추가 배정됐다.

야당도 빠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선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던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사업비를 서울시 예산을 500억 원 늘리는 방법으로 우회 증액했다.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하며 올해 예산을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짬짜미 예산이라고 비판했던 다른 야당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동참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전북 군산의 노후 상수관망 정비(22억 4,900만 원 증액), 군산 예술콘텐츠 스테이션 구축(15억 원 증액) 등 약 64억 5,900만 원을 추가로 따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는 흥도로와 신원동 도로 개설에 10억여 원의 예산이 추가로 반영됐다. 하지만 울산은 실세 의원이 없는 관계로 카톡예산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글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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