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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의 내년도 예산은 1조 5,000억 규모다. 광역시인 울산이 5년 연속 2조 원 시대라고 떠들고 있지만 울산과 비교가 되지 않는 일반 시급 도시의 국비규모가 울산에 버금갈 정도다. 

느닷없이 포항 이야기를 왜 하느지 의문이 들겠지만 고래 때문이다. 포항은 울산에서 하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을 부러워한다. 자신들도 고래관광을 하고 싶지만 울산이 선점한 사업이라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업성을 고려해 민간업자에 고래관광선을 맡기고 싶지만 관람료나 인프라 등에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울산 남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울산 남구가 연간 7~8억 원 씩 꾸준히 적자를 내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폐지라고 하지만 일단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물론 울산 남구는 내년부터 고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한 '드론' 도입과 신규 항로 등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하는 등 운영방법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주 잘한 결정이다. 

하지만 김진규 남구청장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주민들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여행선 운항을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울산 남구청은 이달말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시 고래발견율을 높일 '드론' 제작을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 입찰할 방침이다. 내년도 당초예산 4억 5,000여 만 원도 편성했다. 남구의 드론 도입은 2015년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는 해상 풍속 등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나 KT가 지난해 풍속 6m/s에 견딜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면서, 재도입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법적기준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장생포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으로, 드론 촬영히 불가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최근 이 문제도 해결됐다는 소식이다. 

남구 관광과 관계자는 "부산지방항공청에 질의한 결과 관공서에서 공공목적으로 드론 촬영을 하는 것은 가능하단 답변을 구두상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고래 탐색용 드론이 도입될 경우 현재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의 고래발견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남구는 보고 있다. 신규 연안 야간 항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승선시간이 현재 3시간인 고래바다여행선의 경우 고래를 발견하지 못할 시 이용객들이 지루해하는 등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1~2시간으로 줄어드는 연안 야간 항로를 도입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안인데, 해수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가 남은 상황이다.

지난 4년간 고래바다여행선의 적자는 △2015년 8억, 1,502만 원 △2016년 8억 7,245만 원 △2017년 7억 8,393만 원 △2018년 6억 5,207만 원으로, 해마다 6억~8억의 손실을 남구에 안기고 있다. 승선인원 역시 2015년 4만 8명에서 2018년 2만 2,665명으로 대폭 줄었다. 

승선 인원이 줄어들었는데도 올해 적자가 줄어든 것은 남구도시관리공단이 올해부터 고래바다여행선 운영 인력을 12명에서 10명으로 줄이는 등 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불경기로 남구 역시 이같은 적자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시 재정보조금이 줄고 복지예산은 늘면서 가용예산이 줄어든 상황이다. 남구 입장에서는 연간 6억~8억의 적자를 보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이 골칫거리 일 수 있다. 물론 이 여행선이 운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울산 남구의 관광 홍보 역할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게 남구의 입장이다. 

남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고래의 발견이 드물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니다. 고래는 울산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콘텐츠다. 울산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고래특구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적어도 울산이 고래와 연관된 축제를 하고 고래여행선을 띠우는 것은 반구대암각화로부터 이어지는 고래문화를 지키겠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고래를 통해 수십 년 전 장생포 항구에 왁자했던 포경문화를 되살리려 하는 의도로 출발했다면 이는 오산이다. 고래잡이는 과거고 추억이며 역사다. 이는 알래스카 아막낙섬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수천 년 인류의 고래잡이 문화가 증거다. 굳이 지금 고래의 배를 갈라 각종 부위를 식감별로 설명하지 않아도 고래 식문화는 우리의 유전인자에 스며들어 있다. 

고래햄버거니 고래피자니 하는 따위의 보도자료나 내 놓는 고래축제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됐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된다. 적자 운운하며 관광선 폐지를 거론하는 일도 고래햄버거와 비슷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울산 남구와 왜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팔을 걷어 관광선을 운항하고 박물관과 생태관을 돌리고 잇는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다음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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