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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상대의 샅바를 잡고 서로의 기술과 힘을 겨루어 상대방 신체 중 무릎 이상이 지면에 먼저 닿는 것으로 승패를 겨루는 경기. 한국 민속놀이 씨름이다.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무형유산으로, 사상 최초로 남·북한 공동 등재를 해냈다.

한민족 5천년 역사와 함께한 민속경기에서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는 평화의 스포츠로 한단계 격상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늦었지만 씨름은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됐다.

씨름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시풍속 놀이로서, 다양한 놀이의 형태가 오늘날까지 온 국민에 의해 활발히 전승되고 있다는 점, 고대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 문헌, 회화 등에서 명확한 역사성이 확인된다는 점, 씨름판의 구성과 기술 방식 등에서 우리나라만의 고유성과 표현미가 확연하다는 점, 한국 전통놀이 속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대상이라는 점 등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면서 한반도 전역에 기반을 두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보편적 공유·전승됐다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 '아리랑'이나 제130호 '제다(製茶)'와 마찬가지로, 씨름에 대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씨름이 세계가 알아주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지만 정작 국내 씨름 열기는 시들하기만 하다. 씨름과 비슷한 일본의 전통 민속놀이 스모는 일본 수상이 시상하며 위상을 높이는 등 지금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 씨름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한때는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생중계되면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환호성을 지르곤 했지만, 이제는 TV 중계도 거의 없고 씨름에 대한 소식이 별로 나오지도 않는다. 축구·야구 등 볼거리가 많아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씨름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씨름은 모래판과 샅바만 있으면 누구라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해서 승부를 판가름하는 다른 투기종목에 비해 신사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상대의 무릎 위가 먼저 지면에 닿으면 지는 것으로 간주하며, 상대가 넘어지면 더이상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씨름을 두고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 교수는 "순박하면서도 흥겹고, 초보자도 모래 또는 매트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으며,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운동"이라고 했다. 샅바를 잡고 갖은 기술로 상대방을 모래판에 넘어뜨리는 스포츠인 씨름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씨름진흥법, 씨름부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씨름의 정신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힘과 기술을 겨루되, 결코 상대를 해치는 일 없이, 승자나 패자 모두 아무 탈 없이 툴툴 털고 일어나 서로의 등을 두들겨 주는, 상생의 정신 말이다.

우리나라는 앞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 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 가운데 김장 문화는 이맘 때면 더 살갑게 와 닿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한국인의 삶의 일부이며, 상부상조의 전통문화를 잘 대변하는 문화로서 연대감, 소속감, 정체성 증대에 기여한다는 이유였지 않는가. 한 가족간에 정(情)을 절이고, 유대감을 도톰하게 양념 배이게 하고, 예와 질서를 장독에 담아내는 축제의 장(場)이 마침 올 겨울 울산에서도 곳곳에서 열렸다. 각 가정는 물론이고 울산에 생산 기반을 둔 기업들이 주도한 김장 나눔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농협지역본부도 여기에 동참해 해마다 김장 나눔으로 공동제 의식을 함양하고 나눔 정신을 실천했다. 중울산농협은 지난달 30일 'VISION2020 지역사회와 아름다운 동행'을 슬로건으로 지역사회 환원과 소외계층 위한 '백미, 김장김치 나눔축제' 행사를 진행했다. 김장을 통해 한 공동체로서 인간적인 관계 복원, 그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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