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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재선의 꿈을 접은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가짜 권양숙 소동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집요하게 흔들었다. 조사를 마친 윤 전 시장은 가짜 권양숙을 연기한 사기범 김모 씨가 경찰 조사를 받던 시기인 지난달 5일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일방적인 사기를 당했다는 증거라고 강변했다.

김 씨가 보낸 문자에는 "시장님 죽을죄를 지었다"며 "경찰과 검찰은 윤 전 시장과 제가 공범이라고 몰고 있다. 공천 알선수재로는 3년이고 사기로는 5년이라고 잘 생각하라고 회유 협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는 또 "제가 조사 중 말했다는 것은 다 거짓이다. 윤 전 시장은 제게 속아서 돈을 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제 입에서 나올 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가짜 권양숙에게 속은 것을 공천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이 김 씨에게 건넨 4억 5,000만 원이 공천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윤 전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인 딸이 사업상 어려움으로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단 말에 속은 것일 뿐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권력층의 이름을 팔아 사기를 치는 사건은 오래된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명인에 기댄 사기극은 유명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거짓이 드러나면서 종말을 맞았다.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가짜 사기극은 '가짜 이강석' 사건이다. 1957년 대구 출신의 청년(당시 22세)이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 이강석 행세를 하며 사흘 동안 경북 도내를 휘젓고 다녔다. 역대급 태풍이 남쪽 지방을 강타한 직후였다. 가짜 이강석은 경북도 내 기관을 돌며 "아버지의 비밀 분부로 풍수해 상황을 시찰하러 왔다"라고 사기극을 벌였다.

가짜를 가짜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눈먼 기관장들은 "귀하신 몸이 어찌 혼자 오셨습니까"라며 황송해하며 극진한 대접으로 환심사기에 바빴다.
사기극의 주인공은 말씨도 서울말 비슷하게 바꿨다. 가는 곳마다 극진한 대접을 받고 수재 의연금과 여비 명목으로 돈도 두둑이 챙겼다. 막판 경북도지사 관사에 갔다가 진짜 이강석의 얼굴을 알고 있는 지사에게 덜미가 잡혔다.

조선시대는 가짜 암행어사 사건이 수시로 터졌다. 가짜 어사는 누대에 걸쳐 문제가 됐지만 실보다 득이 더 많았기에 어사제도가 폐지되지 않았다. 가짜 어사가 얼마나 심했는지 조선왕조실록 정조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정조는 "가짜 암행어사 문제가 하찮은 일인 것 같지만 조정이 존엄을 잃는 원인으로는 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며 "엄격히 막지 않으면 그 폐단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기록이다.

정조는 "조금이라도 가짜 암행어사로 의심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즉시 신고해서 조치하도록 하고, 만일 수령들이 주저하면서 즉각 체포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해당 감사와 수령을 중형으로 처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짜 이야기는 권력에 기댄 일화도 있지만 가짜 골동품, 그림과 각종 면허증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나라처럼 자신이 가진 실력보다 학벌과 권력을 중시하는 사회구조는 가짜가 판을 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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