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도입, 제도 보완과정이 숙제다
인사청문회 도입, 제도 보완과정이 숙제다
  • 울산신문
  • 승인 2018.12.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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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우려와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의구심 때문에 곡절이 많았던 인사청문회가 결국 연내 서명식을 가졌다. 인사청문제도는 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고 지방공기업 등 산하 기관장의 자질과 전문성 검증을 위해 추진한 법적 장치다. 

울산시와 시의회는 '울산시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송철호 시장과 황세영 의장이 서명했다. 민선 7기의 시작과 함께 울산시의회가 추진한 인사청문회의 연내 도입이 실현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서명한 인사청문제도는 연내 도입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어냈지만 청문 대상이 일부에 그친 반쪽 청문회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송 시장 출범과 함께 계속된 측근인사 기용 등 이미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장의 인사가 끝난 상태라 뒷북 체결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울산시의회가 울산시와 체결한 인사청문회 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청문 대상과 청문회 제출서류, 인사청문특위 구성, 경과보고서 효력, 결과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초 실무협의 과정의 최대 쟁점이었던 청문대상은 지방공기업인 울산도시공사와 울산시설공단, 출연기관인 울산발전연구원, 울산경제진흥원 등 4곳으로 국한됐다. 

협약서에선 향후 협의를 통해 대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울산시 출연·출자기관인 울산신용보증재단과 울산문화재단,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울산테크노파크는 물론, 경제부시장 등 개방형 간부공무원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민사회에선 당초 지방공기업 2곳과 출연·출자기관 7곳에다 부단체장 등 개방형 간부공무원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사청문특위 구성은 위원 수를 정하지 않았으며, 특위 운영은 차수 변경 없이 1인 1일을 원칙으로 정했다. 또 당초 협약서에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으나 이날 협약식 석상에서 이 문구를 삭제하고, 인사청문회의 공개 여부는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하는 등 검토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협약서에 명시한 경과보고서의 효력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청문회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협약서에는 '시장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참작하여 후보자 임용 여부를 결정하되, 보고서는 시장의 임명권한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인사청문 결과는 결국 참고용 정도에 그치게 됐다. 

시장의 인사청문 요청서가 시의회에 접수된 후 10일 이내 결과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후보자를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의회 스스로가 왜 청문회를 관철했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인사청문회 문제점은 이 뿐만 아니다. 청문대상 4개 기관장 중 울산도시공사 사장과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울산경제진흥원 원장은 이미 교체 인사가 완료된 상태이고, 재신임된 울산발전연구원장의 임기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어 이날 협약한 인사청문회가 실제로 열리려면 앞으로 최소 2~3년은 지나야 한다. 무엇보다 임기가 2~3년인 청문대상 기관장은 큰 하자가 없는 한 대부분 연임이 되는 추세여서 이번 7대 시의회에서는 사문화될 가능선도 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와 시의회 간 협약으로 인사청문회를 도입·시행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며 "앞으로 시와 시의회는 지방 공공기관장 인사검증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의 시행이나 범위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식 자체에 대한 지적이다. 이번에 체결한 인사청문회는 방식에 있어서 공개범위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다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시의원의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등 숱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가 산하기관장의 업무능력이나 도덕성 등에 대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지금의 제도로는 이 부분이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금의 제도로 인사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물론 시민의 알권리 조차 확보되지 못해 왜 청문회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후보자를 불러놓고 자신이 임명된 산하기관의 운영계획이나 포부 정도만 듣는 수준이라면 청문회는 필요가 없는 절차다. 

이번에 체결은 했지만 울산시의회의 울산시 산하기관장의 인사청문회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지방의회가 인사권 독립 및 유급보좌관 제도 등 권한과 위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인데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이미 청문회 등 관련법을 제정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도 도입자체로만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의회는 이같은 제도적 무순이나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인식하고 법과 제도개선을 통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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