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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결국 에너지 안보를 흔드는 위기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 증거다. 

한전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동북아 계통연계(전력망 연결)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 수립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탈석탄·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 확보 등을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북아 전력망 연결 사업은 남북한·중국·러시아·일본이 전력망을 연결해 한국은 중국·러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일본에 수출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처음 주장한 이후, '동북아 수퍼 그리드'로 불리고 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북한을 거쳐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력 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경제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 이후 전력 당국과 여당 등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는 점에서 중국·러시아·북한 등이 전기를 끊거나 망이 붕괴되면 안보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탈원전의 정확한 이유다.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전이다. 언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높아진 국민적인 탈원전 공감대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은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홍보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 68%가 원자력 발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를 결정하면서 탈원전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사여서 관심이 증폭됐다. 원자력계는 이런 의견이 에너지 기본기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국민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실시한 것으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다. 이 조사는 원자력학회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만19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에서 향후 원자력발전의 비중에 대해 응답자의 35.4%가 '늘려야 한다', 32.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28.5%였다.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 물음에는 '찬성' 69.5%, '반대' 25%였고, 안전성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가 57.6%, '안전하지 않다'가 36.8%였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44.8%)와 '못하고 있다'(46.5%)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진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경우도 특정 정당의 지향점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자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물론 세계의 흐름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원전 굴기'론이 한창이다.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대기업, 원자로 제조사 등 민관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어떤가. 탈원전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첨단 원자력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탈원전을 외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적인 문제이자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앞으로의 지향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이같은 숙고의 과정을 통해 국가적인 에너지 문제를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게 순리다. 에너지 문제를 안전과 환경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고 어려운 문제다. 

울산의 경우 아래 위로 거대한 핵발전소를 두고 있지만 지역의 여론은 원전폐기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안전에 방점을 두되 지속 가능한 원전 가동이 여론이다. 울산 뿐만이 아니라 울진과 경주 등 원전을 가진 지역의 여론은 대체로 그렇다. 무엇이 국자적인 이익인지, 어떤 결정이 국민의 에너지 복지와 직결되는지를 신중하게 따져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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