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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로 시작하는 황진이의 시조처럼 동지(冬至)는 밤이 구비구비 펼칠만큼 길다. 동지는 태양의 부활을 상징하는 날이다. 그래서 태양신의 후예들은 모두다 이 날을 기념한다. 동지에 대한 숭배는 페르시아인들로부터 로마인, 중국의 한족과 한민족의 문화 유전인자로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도 사실은 로마력의 동짓날이다. 태양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 예수의 탄생일이 된 셈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은 신약성서에 명기돼 있지 않아 여러가지 설이 분분했지만 4세기 중엽에 로마 교황청이 성탄일을 이 동짓날로 통일했다.

동양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이 있다. 먹는 것만이 아니라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려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하는 벽사의 풍습이 전해진다. 이런 풍습은 팥의 붉은색이 병마를 쫓는다는 생각에서 유래했다.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따르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는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으므로 역신을 쫓기 위해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한다.

동짓날에는 절에서도 죽을 쑤어 대중들과 함께 나눴다. 팥죽을 먹어야 겨울에 추위를 타지 않고 잡귀를 내쫓을 수 있다고 여긴 기부와 나눔의 문화다. 하필 붉은 색을 잡귀를 쫓는데 사용했고 하필이면 팥으로 죽을 만들었는지에는 과학이 숨어 있다. 붉은 색은 양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태양신의 후예들에게 숭배의 대상이다. 결혼할 때 연지니 곤지를 바르고 입술에 붉은 색을 칠하는 것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의미가 강하다. 성탄절에 산타클로스가 붉은 색옷을 입는 것도 같은 이치다. 팥은 겨울철 곡식 중 가장 양기가 강한 식품이다. 특히 팥에는 독을 다스리고 풀어주는 해독의 성분이 강해 동짓날 음식으로 선택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동지는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를 말한다. 그래서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 동짓날이 된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불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로 대접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팥죽을 먹지 않으면 쉽게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짓날 날씨도 우리 생활과 연관이 있다. 날씨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다. 예로부터 동짓날에는 지나간 한해의 나쁜 기운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다.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가 한창인 것도 동짓날 풍습과 연관된다. 올해 동지는 22일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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