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산타
내 마음 속의 산타
  • 울산신문
  • 승인 2018.12.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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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아이킨더 어린이집 교사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나는 12월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다. 아이들을 하원시킨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데 나무를 세우고 반짝이를 달고 창문마다 별과 눈 모형으로 장식한다. 다음 날 아이들이 등원하면 깜짝 놀랄 것을 생각하면 덩달아 가슴이 뛴다. 트리를 모두 꾸민 후 작은 등불 스위치를 올리면 반짝이는 불빛에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엄마가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었다. 과자나 양말이 전부이지만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신 줄 알았다. 산타 할아버지는 어디쯤 살고 있을까 생각하며 그날은 하루 종일 동생과 과자를 아껴 먹으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자 산타 할아버지는 엄마가 대신 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치원에 취직을 했을 때다. 12월에 크리스마스 행사가 있었는데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 무렵 아이들 집에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한 달 전부터 부모님한테 선물을 받아 교실 깊숙한 곳에 숨겨 놓는다. 선물이 바뀌지 않게 아이들 이름을 적어놓고 집 위치를 알아내고 선물을 분류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저녁에 끝나지 않아 동네별로 며칠 동안 다녔던 기억이 난다. 손과 발가락은 시려오고 어두워서 선물의 이름은 잘 보이지 않아 손전등을 켜서 애를 쓰며 보기도 했다. 집을 잘 못 찾을 때는 난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기억도 있었다. 저녁밥을 먹으려는데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산타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이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집에 산타가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웃음 반 놀람 반으로 서 있는 아이들이 있었고 좀 더 어린 아이는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선물을 배달 한 후 늦게 먹는 저녁식사는 달았다. 하루 일과 후 하는 일이라 몸은 고단하고 녹초가 됐지만 함께 했던 선생님들도 모두 즐겁게 했던 일이었다. 

매년 12월이 되면 그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서 산타가 되고 싶다. 요즘도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게 되면 붉은 색의 망토를 입고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산타에요?'하며 즐거운 듯 말을 걸어온다. "그럼, 선생님은 산타 선생님이야"하며 캐롤을 불러 주기도 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기도 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고 좋은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산타의 마음을 선물해 주고 싶다. 게임기나 로봇 말고 핑크빛 꿈을 선물해 주고 싶다. 나보다 부족한 친구가 있으면 채워주기도 하고 몸이 아픈 친구를 보면 도움 줄 수 있는 예쁜 마음을 선물해 주고 싶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요즘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고 놀리지 않게 나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주고 싶다. 배려를 받고 느껴 본 아이들이 배려를 할 줄 아는 것처럼 배려와 보살핌이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요즘은 산타를 택배 아저씨 쯤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님이 부족한 것 없이 채워주니까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종류의 선물을 받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을 하면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그 선물을 주리라 믿는 아이들이 많다. 작년에도 그런 선물을 받아 보았기에 이번에도 반드시 그런 선물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나눔과 배려를 선물해 주고 싶다. 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일을 하고 친구를 배려해 주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을 불어 넣고 싶다. 나이가 들고 자라면서 사춘기를 겪기도 하고 공부에 지쳐 힘든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유년의 어느 선생님과 나누었던 산타 행사를 기억하며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강퍅하고 굳어버린 마음이, 꽁꽁 얼어버린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흘러가듯 따뜻하게 풀어져서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산타 행사를 통해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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