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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예술창업가 7명이 만났다. 우리는 협업과 상생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아무것도 정한 것 없이, 근사한 작품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만났던 우리는 '아이덴티티807(Identity807)'을 결성했다. 8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7명이 모여,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각자 또 다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는는는'은 '함께' 또는 '따로'의 다양한 생각들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우리들의 작업 철학과 방식의 진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2층과 3층의 공간을 사용하였고, 조도가 확연하게 달라 한번에 두가지의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는 평이 많았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서로 어우러지게 표현하고자 했다.

첫 번째의 의미에서의 '노는'은 딱딱하고 무거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전시장이 아닌, 카페에서 전시를 진행해 함께하고 만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보기만 하는 전시가 아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생각하며 직접 참여하도록 참여 전시존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낙서나 그림이 직접 전시장의 벽에 걸리는 체험을 하며 모두 생소하고 뜻깊은 그리고 자신에 대해 한번 더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쉬는'은 일상에 지쳐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일상 중에 잠시 쉬며 대중들이 나에 대해 조금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랬다.

필자는 3D프린트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What's your FAVORITE THINGS'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거울로, 대중들이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창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서다운 작가(사진찍고가게 대표)의 '4분간의 휴식' 작품에서는 쉼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2m가 넘는 대형 사진부터 한면을 모두 채우는 사진까지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강지수 작가(미니멀리즘카페 대표)는 쉬는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침대를 준비했고, 조도는 낮췄다. 전시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좋은 분위기에서 가볍게 그렇지만 깊게 만날 수 있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으며, 짧은 기간이였지만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셨고, 울산에서 꼭 가봐야하는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보는'은 우리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송선주 작가(비언아트러버 대표)의 '전시스타그램' 작품은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일러스트 작품으로 표현했다. 씁쓸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현실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서정희 작가(달그리다 대표)는 쥬얼리디자이너로 누군가에겐 쓸모없고 하찮은 존재일지라고 그것과 나의 이야기가 생기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보물이 된다고 이야기하며, 당신만의 소중한 보물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유명한, 권선재 작가(베아누스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베이터블 가죽을 주제로 본질적 가방을 전시했다. 하나의 가방이 만들어 지기까지 이야기를 점철된 사회에서 각각의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를 담는 듯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작가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인 정신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인  '-리단길'은 대중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사회의 이슈와 관련된 주제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대주제로 공간예술, 일러스트, 사진, 3D프린터 등 작품전시를 구현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의 의미를 체험존과 다양한 클래스, 파티 등의 컨텐츠로 채우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들도 함께 기획했다.
총괄디렉팅을 맡은 나는 작품 뿐만 아니라 만남, 공간, 공기, 색감, 조도 등 어느 하나 빠지지않고 함께,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 모든 스토리가 우리의 프로젝트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입구부터 1층 그리고 2층까지 -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지고있는 현실을 조도로 표현하고자 했고, 그 시간적 흐름 안에서의 마음을 밝음과 어두움, 다양한 색상, 작품으로 구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시작됐지만, 도착점은 '나'에 대해 더 집중하며 자신의 색을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나아간다면 더욱 선명하게 피어오르지 않을까

아이덴티티807(Identity807)은 전시를 하기 위해 모인 모임은 아니다.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각자 정체성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다름 속에서 하나로 맞춰가는 것이다. 사회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어져 살아가는 곳이다. 우리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을 나타내고, 또 함께 맞춰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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