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에는 온 나라가 민박과 펜션 점검으로 난리다. 사고가 난 강릉의 펜션에는 가스누출 경보기가 없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하며 흡입시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떨어 뜨려 빈혈을 일으키고 장시간 노출되면 산소결핍으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게된다.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경각심을 가진 가스다. 이 때문에 막구을 비롯한 서구의 많은 나라들은 일상생활 중 생성되는 유독가스 중 가장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이미 10여년 전 부터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다고 한다. 

일산화탄소는 50PPM만 돼도 인명피해를 입는 강력한 독극물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릉의 팬션은 5년여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농어촌민박으로 허가 받아 운영돼왔다. 농촌지역 내 230㎡이하 소규모 주택의 경우 해당지자체에 신고 후 영업할 수 있다. 농어촌 민박이라는 제도도 이번 강릉 사고 이후 일반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묵은 숙박시설이 그냥 펜션인지 농어촌 민박인지도 모르고 이용했다. 

무엇보다 농어촌 민박으로 지정된 숙박시설은 화재감지기 작동, 오·폐수처리시설구비, 소화기구비 여부는 점검 대상으로 있지만 보일러 안전가동이나 가스누출경보기 구비 등은 점검 대상에서 빠져있다고 한다. 안전문제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잘 알면서도 그 분야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민박이나 펜션 등 숙박시설을 검검하는 항복에 일산화탄소 경보기설치나 보일러 시설 점검이 빠져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내의 펜션ㆍ민박은 1만 6,000개가 넘고 캠핑장도 1,8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민박이나 펜션 가운데 상당수는 규모가 영세하거나 정해진 소방안전 관리 기준이 없어 관련 시설이 미흡한 곳이 많다. 잦은 사고로 뉴스가 되는 단체 캠핑장도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울산에서도 이같은 시설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모양이다. 울산시와 구군은 강릉 사고를 계기로 지역내 숙박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지역에는 총 161곳의 농어촌민박이 등록돼 있다. 울주군이 150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북구 8곳, 동구 3곳 등이다. 

1995년 농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해 도입된 농어촌민박은 허가제인 일반 숙박업과 달리 신고제로 운영돼 건축법상 연면적 230㎡ 미만 주택에 민박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강릉 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확인됐다. 펜션은 소방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농어촌민박은 안전시설로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만 갖추면 되고, 정밀 소방점검 대상도 아니다.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이번 강릉의 사례처럼 보일러 연결 배기관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되는 등의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울산지역 지자체의 점검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울주군은 매년 경우 연 2회(동절기 하절기)에 소방시설, 취사시설 중심으로 농어촌민박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실시해 왔다. 또 매년 사업자 간의 과다 경쟁과 불친절 등의 민원 소지가 있어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개 광역시·도의 농어촌 민박 운영 실태 전수조사에서 울산은 80곳에서 54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건축물 연면적(230㎡ 미만) 초과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 실거주 위반 15건, 미신고 숙박영업 14건, 건축물 불법 용도변경 4건 등의 순이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어 강릉 참사에서 확인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군의 경우 가장 많은 농어촌민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읍·면과 합동으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전국의 농어촌민박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에 나선다. 특히 '월 1회 가스 누출 점검'으로 국한된 가스 관련 점검항목을 보다 세분화해 가스시설의 환기, 배기통 이음매 연결 상태 등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통해 농어촌민박 신고 시 시설 기준에 일산화탄소감지기 설치를 포함할 계획이다. 정부는 농어촌민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다시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장담만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가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점검과 사후대책, 그리고 안전의식을 공고히 하는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