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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실질적인 철도 연결이라기 보다는 이벤트 효과가 크다. 이번 행사는 우리측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특별열차를 이용해 착공식이 열리는 개성 판문역을 왕래한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출발점 격인 이번 행사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 유관국 장·차관급 인사도 참석한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6일 오전 10시 판문역에서 개최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의 구체적 일정과 참석 인사 명단 등을 공개했다. 남측에서는 김현미 장관과 조명균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북측에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등이 참석한다. 이와 함께 2008년 12월 경의선을 마지막으로 운행한 신장철 기관사와 남측 이산가족을 포함해 남북 각 100여 명이 착공식에 초청됐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남북 철도연결을 계기로 철도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철도역사는 조선왕조 26대 왕인 고종 제위 때부터 시작됐다. 1899년 9월 궁내부 내장원에 서북철도국이 설치됐고, 서울에서 제물포간 철도가 첫 기적을 울렸다. 1905년 경부선과 1906년 경의선이 잇달아 개통되면서 한반도 남쪽 끝과 북쪽 끝이 철도로 이어졌다. 우리 철도역사는 수탈의 역사였다. 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거물'이란 이름의 육중한 모갈(mogul) 증기기관차가 노량진을 떠나 제물포로 향했던 것이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시발이었다.

대륙 침략의 야욕을 철로 아래 깐 일제는 경인선에 이어 경부선 부설권을 거머쥐고 한반도에 철심을 박았다. 일제의 후손 가운데 일부가 지금도 대한민국 근대화의 공이 자신들 몫이라고 주장하는 '비장의 카드'가 철도다. 대륙 침략의 절대기반인 철도는 결국 일제의 한반도 침략 전반기 최대사업이 됐다. 비주체적으로 맞이한 우리의 철도시대는 매우 가혹했다. 느림의 생활, 인간과 자연이 조화된 순리의 철학에 길들여진 우리는 뜻도 모를 삽질에 나섰고 가혹한 수탈의 채찍에 밤을 새워야 했다.

한반도에 철도의 시대가 온 것은 바로 서방 열강들의 노골화된 수탈로 이어졌다. 최초로 경인선 철도 부설권을 손에 넣은 이는 미국인 브로커 모스였다. 모스는 미국공사 알렌의 도움으로 경인철도 부설권과 평북 운산의 금광 채굴권을 받아냈다. 일제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부설권을 따내고도 공사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모스에게 일제는 일화 170만 2,452원을 주고 부설권을 사들였다. 경인철도 부설권은 바로 한반도 철도부설권과 맥을 같이 할 정도의 이권이었다. 그 이권을 틀어쥔 일제가 이후 경부선철도 등 자신들의 이익에 필요한 지역을 선택하며 철도망을 깔았다.

울산의 철도 역사는 일제 침략 야욕과는 달리 온전히 관광과 경제적 목적 때문에 시작됐다. 일제의 국유 철도가 아닌 사설 철도로 시작된 울산의 철도는 내륙의 물자와 천년고도 경주 관광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경부선 허리인 대구를 기점으로 시작한 울산선은 경주를 지나 울산을 종점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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