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내년 최저 임금 인상을 위해 마지막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기업의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업계 등도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이중고'를 짊어지게 되고 이는 또다른 노사갈등 빌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자동차, 국제 경쟁력 약화 재논의 요청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27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수정안은 약정 유급휴일 수당과 해당 시간을 동시에 제외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해 당초 지적된 개정안의 문제점을 실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정안대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변경된다면 완성차 업계는 연간 7,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돼 국제 경쟁력이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수정안이 시행되면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완성차 5개사의 대상자는 약 9,000명이며 연봉 6,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대상자 대부분은 현대차와 기아차이며 나머지 3사는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제시한 완성차 A사의 사례를 보면 연 급여 총액이 6,830만원인 직원의 최저임금 기준금액(약정휴일 수당 제외)은 월 160만원으로 시급을 수정안 기준(209시간)으로 계산하면 7,655원에 그쳐 내년 최저시급(8,350원)에 못 미친다.


이는 이 직원의 월 기본급이 법정주휴수당과 약정휴일수당을 포함해 185만원이고, 정기상여금(월평균 156만원)과 성과급(월평균 94만4,000원) 등은 최저임금 기준금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는 완성차 5개사의 임금총액 추가 부담액을 6,970억원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지난해 5개사 임금총액(11조6,251억원)의 6%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는 성명에서 "노조가 반대하면 호봉제 임금체계 특성상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만 임금을 인상할 수 없어 전체 호봉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1인당 임금 평균은 9,072만원으로 이미 일본 도요타(8,390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303만원) 등 경쟁업체 수준을 넘었고, 임금이 추가 상승하면 9,600만원까지 올라 격차는 더욱 커진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또 "중소 부품업체는 완성차업체와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통상임금 확대, 최근 2년간 최저임금 30% 인상에 더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임금 부담 확대로 기업의 생존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는 고용부가 수정안에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최장 6개월간 자율시정 기간을 준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들은 "임금체계 변경을 통해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된 개정안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오랜 기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실행돼 온 임금체계를 단 6개월 이내에 변경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는 수년 전부터 임금체계 변경 논의가 이어져 왔으나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은 법 위반 시 기업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시급 환산방법을 명확한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닌 해석에 의해 시행령에 둬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국회에서 입법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 조선, 또다른 노사갈등 작용 우려
조선업계는 불황 여파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수주가 막 살아나기 시작한 중요한 시점에 최저임금 보전으로 추가적 재무부담을 지게 되는 것은 물론, 일부 조선사의 경우 노사 갈등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재무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단 노사간 합의는 이뤄낸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기본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격월로 주던 상여금의 300%를 매월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일감 부족에 따른 조업 시간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월 20시간에 준하는 자기계발비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경우 자금사정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지침을 지키기 위해 우선 대응은 했으나, 추후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오는 2019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 인상을 앞두고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법 시행령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주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주화기자 usj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