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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시절 인기였던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Knight Rider)'에서 등장하는 자동차 '키트'는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면 쏜살같이 등장해 그를 구하고 난뒤 알아서 주인공 옆에서 사라진다. 그 시절만 해도 터무니 없는 '공갈'에 불과했던 키트는 이제 현실이 됐다. 운전자 없이도 자동차가 주행을 하더니 스스로 충전하고 대리 주차까지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어느덧 우리는 멀게만 느껴왔던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기술의 진화를 거치며 수많은 기계를 거느려왔다. 감각을 대신하는 센서가 인간 오감을 대신하더니 이제는 기계가 지능을 대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술은 끊임 없이 새로운 가치를 갈구하면서 인간의 영역을 대체해가고 있다.

아쉽게도 이같은 일련의 변화는 앞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문제를 다시 풀어가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이 판국에 우리는 '최저임금'을 외치며 인간 본연의 기득권을 사수하는데만 매몰돼 있다. 

정부도 최저임금을 높이면 재화·서비스 소비가 늘어 생산이 증가하고, 결국 일자리가 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먼저 타격을 준다는 것은 간과했다. 그 결과 우리는 각종 통계치로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생산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기계문명이 거세게 산업생태계를 휩쓸면서 가뜩이나 인간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시국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인공지능(AI)은 사람을 더 많이 대체할 것이다. 기존의 어떤 것도 기술혁명을 막은 적이 없다. 기술은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새로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산업의 임금을 높여 만들어낸 경제 구조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단순한 발상을 벗어나 '일자리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는 사고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기해년(己亥年) 새해, 인간의 노동이 '최저임금'보다 '최고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받으며 모두의 가정과 일터가 건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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