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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억 원의 제주도 땅을 분할해 판매하고, 수억 원의 은행 대출까지 받은 울산 남구의 한 기획부동산 대표 등이 잠적했다. 땅을 매입한 피해자들은 대표가 대출금 이자도 갚지 않아 땅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경찰에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30일 남구의 한 기획부동산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 따르면 제주도 땅을 구입한 40여 명은 지난 26일 포항의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부동산강제(임의)경매 실행 착수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서호동의 임야를 담보로 받은 6억 7,000만 원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법적절차를 통해 회수할 방침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 대출은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전 기획부동산 대표 A 씨가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갚아야 할 금액은 약 6억 8,400만 원인데, 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이미 투자한 돈까지 모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기획부동산은 개인 투자자 40여 명에게 해당 부지를 '토지 쪼개기' 방식으로 판매했는데 총 금액은 약 3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의 통지서를 받고 지난 27일 기획부동산을 찾아갔지만 대표 A씨와 사장 등 핵심 인물 3~4명은 모두 잠적한 상태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계획된 사기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획부동산은 지난해 7~8월 제주도 땅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인근에 헬스케어타운과 서귀포 제2청사가 들어서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실제 땅을 보러가기도 했고, 지난 5월까지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아무런 문제없는 땅이라고 안심시켰다.

기획부동산은 투자금을 모두 받은 뒤 등기 이전은 1년 뒤인 지난 9월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A씨의 대출은 지난 5월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등기를 보여 준 뒤 몰래 이뤄졌고, 개인 투자자들은 경매 통지서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개인 투자자는 "한명 당 적게는 4,000~5,000만 원에서 많게는 2~3억 원으로 제주도 땅을 샀다. 그런데 땅을 산 사람들이 갑자기 채무자가 돼 버렸다"면서 "A씨 등은 연락이 되지 않고, 남아 있는 기획부동산 직원들도 피해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100억 원 대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에 관여했던 브로커가 이번 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 기획부동산과 관련된 다른 부동산에서 판매한 포항의 땅도 같은 방식으로 경매에 넘어갔다. 여러개의 기획부동산이 거미줄처럼 엮여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획부동산 대표 A씨와 사장 등 핵심 인물뿐 아니라 투자를 권유했던 직원들까지 모두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기획부동산 직원들도 땅을 샀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땅을 팔면서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몰랐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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