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양두구육
삼인성호·양두구육
  • 김진영
  • 승인 2019.01.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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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편집이사 겸 국장

새해 첫날부터 사자성어가 화제다. 국회에 첫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은 가짜 호랑이를 이야기하며 운영위원회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며 손가락질이다.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형국은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민정실 직원의 내부자 폭로가 가짜 호랑이인지 아닌지는 한참 뒤에야 밝혀질 일이지만 서로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며 손가락질 하는 모양은 영 볼썽사납다. 여기서 삼인성호와 양두구육에 대해 잠깐 들어가 보자.

중국 위(魏)나라 대신 방공이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는 태자를 수행하게 됐다. 떠나면서 방공은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이 달려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당연히 믿지 않지." 이에 방공이 다시 말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나타나서 함께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믿지 않지." 방공이 다시 말하길 "세 사람이 와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그래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대답한다.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왕의 이 말에 방공은 "지금 제가 태자를 모시고 가려는 조나라 수도 한단은 위나라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입니다. 게다가 제가 조정을 비운 사이 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셋 정도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임금께서는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고 햇지만 세월이 흘러 위왕은 측근들의 말에 현혹되어 어지러운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양두구육은 위정자의 위선을 빗댄 이야기다. 춘추 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궁인들 가운데 특히 예쁘게 생긴 여자들을 뽑아 남자 옷을 입혀 놓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궁 안의 괴팍한 소문이 널리 퍼지자, 백성들 가운데 얼굴이 반반한 여자들은 임금의 눈에 띌까 봐 모두 남장을 했다. 그래서 영공은 대궐 밖 백성으로서 여인이 남장하는 것은 절대 금한다고 포고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따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영공이 그 이유를 물엇다. 안영이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지금 궐 내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시키시면서 궐 밖 일반 백성인 여인들의 남장은 금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마치 '밖에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속임수입니다. 궐 밖 여인들의 남장을 금하시려면 먼저 궐 내 여인들의 남장부터 못하게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영공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대궐 안의 남장 미인들더러 평상시 차림으로 당장 바꿔 입으라고 지시했다.

2019년 기해(己亥)년이 밝앗다. 취업 전문지 리쿠르트가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조사해 보니 '마고소양(麻姑搔痒)'이 1위였다.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된다'는 의미의 '마고소양'이 새해 직장인들의 사자성어라니 반갑다. 기해년 새해에는 불편한 사자성어는 사라지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자성어가 회자되길 희망해 본다.
 편집이사 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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