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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2011년 만들어진 신조어 '등골 브레이커'를 알고 있는가? 이 신조어는 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어야 살 수 있는 비싼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N사 패딩 점퍼가 유행하면서 나오게 됐는데, 당시 N사는 패딩 점퍼 충전재로 덕다운, 구스다운을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고급스러움을 내세운 마케팅을 펼쳤다.

매년 겨울이면 브랜드 유무를 막론하고 롱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2018 평창올림픽을 기념한 '평창 롱패딩'은 충전재로 구스다운을 썼지만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이로써 소위 '가성비 최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그런데 보온성이 우수하고 가벼워 고가에 판매되는 구스다운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생각해 봤는지.

흔히 구스다운은 살아있는 거위의 털을 마구잡이로 뜯어서 생산한다. 뜯다가 피부가 찢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럴 때 마취 없이 바로 실로 꿰맨다. 이런 과정을 많게는 10번 정도 반복해 대부분의 거위는 10번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다. 심각한 쇼크가 그 원인이다. 구스다운만이 문제는 아니다. 한 때 부의 상징이었던 밍크코트의 밍크 가죽은 어떻게 생산될까? 흔히 많이들 입는 토끼털 점퍼는? 여우, 물범, 담비, 너구리 등 모든 동물들의 모피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대부분의 모피는 신선도와 상품성을 위해 털가죽을 통째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살된다. 많은 털과 가죽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머리를 내리쳐 죽이거나 목을 부러트려 죽인다. 심지어 작은 동물들은 작은 상자에 빽빽이 넣어져 높은 열기와 함께 독살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위에서 예시를 든 거위처럼 동물들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가죽을 벗겨내어 생산한다. 이 고통스러운 도살 과정 모두는 동물의 가죽 전체를 상품에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런 모피의 생산 과정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모피 사용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패션 및 가죽제품 브랜드인 구찌(GUCCI)는 2018년부터 동물모피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FUR FREE 선언'이라고 한다. 구찌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마르코 비자리는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구찌의 핵심 가치다. 환경과 동물을 위해 더 나은 일을 하고자 계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모피를 사용하는 게 여전히 현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라고 강조했다. 구찌는 당시 남아 있는 동물 모피 제품들은 자선 경매를 통해 처분하고 수익금은 동물단체에 전달했다. 

이는 구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과반 이상의 사람이 모피를 위한 동물 사육을 반대하고 특히 영국과 북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국가에서 모피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자유연대의 FUR FREE 캠페인 등을 통해 모피 생산 과정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물들의 실상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서 시민의식이 점차 변화되고 있다. 스스로 FUR FREE 선언을 하고 동물 모피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개인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모피가 더 이상 동물 학대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천연모피와 천연가죽 제품의 소비를 줄이면 된다. 우리는 천연모피와 천연가죽이 없더라도 발달된 기술로 생산된 제품으로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고 패셔너블한 삶을 살 수 있다. 당신이 무심코 구매한 천연가죽과 천연모피 제품들은 지각을 가진 동물들의 털과 가죽 그리고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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