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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미국의 뉴욕시가 100년 전 일제에 항거했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날을 제정한다는 소식이다. 뉴욕한인회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각) "뉴욕주 상·하원에서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제정하는 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관순의 날' 제정 결의안은 14일 뉴욕주 올버니 주청사에서 열리는 주 상·하원 합동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상원에서 민주당의 토비 앤 스타비스키(16선거구)와 존 류 의원(11선거구)이, 주 하원에서는 민주당 론 김(40선거구)과 에드워드 브론스타인 의원(26선거구)이 각각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면 뉴욕주에서 매년 3월 1일이 '유관순의 날'로 지정된다. 미국 주정부 차원의 '유관순의 날' 기념일 채택은 처음이다. 뉴욕주 한인 사회도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유관순의 날'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일제에 항거한 유 열사의 삶은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재조명됐다.

NYT는 당시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을 맞아 백인 남성 중심의 부고 기사 관행을 깨고 유 열사 등 세계 역사 속에서 주목할 만한 여성 15명을 선정해 추모 부고를 게재하는 '간과된 여성들' 시리즈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3·1운동을 '한국 민족 단결과 일제 저항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하고, 유 열사를 '일본 통치에 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다.

뉴욕에서는 이처럼 추앙의 대상이 된 유관순 열사지만 우리의 경우 시련을 겪었다. 유관순 열사는 해방 이후 줄곧 우리 교과서에 소개돼 항읠의식을 고취하는 자료가 됐지만 1979년 유신 시절 마지막 중학교 국정교과서 이후 변화과정을 겪었다. 같은 시기 발행한 고교 교과서에는 유관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1982~1996년 발행한 4~6차 고교 국정교과서에서는 3·1운동 부분 각주에 "유관순의 순국 사실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짧게 기술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발행한 중학교 국정교과서부터 영정과 생가 사진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등장했다. 당시에도 고교 교과서에는 유관순에 관한 설명이 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교과서는 8종 중에 4종이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고 있었다. 금성·두산동아·미래엔·천재교육 등의 출판사 본이 누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교학사·금성·비상교육·천재교과서·천재교육 등에서 해당 본문과 참고자료에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았고 천재교육은 참고자료로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소개를 하고 있으나 해당 장으로부터 멀리감치 떨어져 있었다. 한 때는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가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있기에 기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망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다행히 유관순 열사의 항일 정신은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정상화 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을 삭제한 주체를 찾아내는 일이다. 경도된 역사 인식이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주관적이고 편협한 역사관이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정치가 교과서에 개입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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