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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결국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동부지검은 김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달 중순 일부 언론사 제보를 통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조사해 청와대 상부에 보고했으나 이에 따른 조치 없이 오히려 내가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김 수사관은 자신이 특감반에서 일할 당시 은행장과 전 총리 아들을 사찰했다고 주장하는 등 폭로를 이어갔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 대사의 사건을 조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은행장과 전직 총리 아들 관련 첩보는 특감반 활동 과정에서 함께 수집된 불분명한 내용이라 폐기했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박형철 비서관·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이 확대된 것은 지난달 19일 자유한국당이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건의 동향·감찰 보고서 리스트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이 자료엔 특감반이 민간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보 수집을 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감찰반에 대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감찰반은 민정수석실 소속이다. 민정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산하 10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하나다.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뜻의 민정(民情)은, 말 그대로 보면 국민의 여론 등을 파악하는 업무를 뜻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 직속 감찰 조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사이에서 양자를 조율하고 필요에 따라 대통령의 뜻을 행사한다. 민정수석은 정부 고위 인사들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다. 민정수석은 마음만 먹는다면, 사정권과 인사권을 쥐고 검찰의 수사도 흔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권 내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심장이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찰반은 왕조시대부터 존재했다. 왕권을 틀어쥐면 감찰 기능을 살폈다. 그만큼 감찰반은 왕권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관리들의 비위 규찰, 재정 부문의 회계 감사, 의례 행사 때의 의전 감독 등 감찰 실무를 담당했다. 고려시대 어사대(御史臺)의 감찰어사(監察御史) 직이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조 때인 1392년(태조 1) 7월 관제 제정 때 20인을 정원으로 했다가, 1401년(태종 1)에 25인으로 증원한 기록이 있다. 1455년(세조 1)에 1인을 감원해 24인을 정원으로 하다가 조선 후기에는 문관 3인, 무관 5인, 음관 5인으로 13인을 감찰반으로 뒀다. 박문수 등 암행어사도 감찰반의 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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