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나라나 경제가 일정 규모 성장을 해야 새로이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또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시스템 등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사는 현대 사회는 우리 인간에게 주거, 소비, 교통, 문화, 보건, 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편리함과 이익을 주고 있지만 이를 지탱하는 힘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경제임이 틀림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개인들에게 주어졌던 편리함이 제약되면서 직접적인 고통이 따르게 되고, 사회가 불안해지며 극단적으로는 가정 해체나 과거 공산권처럼 국가체제가 붕괴되기도 합니다. 경제성장이 비록 빈부 격차, 아노미 현상 등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능 때문에 모든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란 말이야'라는 한마디로 표현되는 선거 전략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전세계 대규모 감원 현실화


 현재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고 올해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창사 이래 적자를 낸 적이 없다던 일본의 도요타도 적자를 내면서 구조조정의 유혹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IMF 때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감내하는 내성이 생겨서인지 현재 위기를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기 침체는 전 세계적인 것으로 IMF 때의 아시아 일부에 국한되었던 것보다 더 크고 더 위험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큰 폭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만, 냉철하게 현실을 보건데 지금으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 노사에 양보교섭 권장


 정부도 올해는 일자리 지키기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인의 일자리는 창업, 귀농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기업에 취직하여 일을 함으로써 창출되는 부분이 큽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기업과 근로자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양보교섭을 적극 권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월 23일에는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나누기 일환으로 노동자, 사용자, 민간, 정부가 뜻을 모아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 여건에 따라 임금 동결, 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해 기존의 고용수준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대원칙에 대한 타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울산지역에서도 예년과 달리 임금을 동결하거나 회사에 위임하는 업체가 이미 20여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투쟁보단 머리맞대야


 울산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 있었던 울산지역의 대규모 투쟁적인 노사분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투쟁적인 방법은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분배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 일감이 없어 공장이 멈춰서는 상황에서 투쟁이 노동자에게 어떤 이익을 갖다 주는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공장이 멈춘다는 것은 기업이 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과연 투쟁으로써 무엇을 얻어낼 수 있겠습니까? 그런 때일수록 노사가 맞대고 기업을 살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을 실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양보교섭이 등장하고 실천되어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업도 사회 구성의 일원으로서 노동계의 양보교섭으로 보다 큰 사회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자제하여 일자리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신규로 고용을 창출한다면 이것이 기업이 행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닐까요. 그리고 일자리 지키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나 어떤 지원이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 당사자들이 스스로 손잡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9년 울산지역에서 양보교섭과 일자리 보장 등 성숙된 노사관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울산이 성숙된 노동운동으로 새로운 노동운동의 메카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