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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문화제가 4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0년대 초반 울산의 문화예술은 전환기를 맞았다. 단순한 동네잔치 수준이거나 이벤트 위주의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 작업으로 이어졌다. 옹기축제, 고래축제, 쇠부리축제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울산의 대표축제라 자부하던 처용문화제도 일대 변혁기를 거쳤다. 처용문화제에 과감하게 해외 음악을 소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을 도입했다. 반대도 많았다. 처용에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제삼국 음악들을 끼워넣냐고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기획자와 문화제 관계자, 그리고 울산시의 뜻있는 젊은 공무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세계음악의 처용문화제 이식을 꾸준히 만들어갔다. 성과도 있었다. 정부 지원도 늘었고 뮤직마켓도 활성화 됐다. 잡음도 있었고 분리개최 주장도 많았지만 꾸준함이 서서히 성과로 이어지는 문화의 힘이 엿보였다. 

그런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올해부터 사라지게 됐다. 울산문화재단은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올해부터 폐지하고 울산아트페스티벌을 새롭게 선보이기로 했단다. 울산문화재단이 지난 10여 년 간 국내외 뮤지션들을 울산에 소개했던 음악 축제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폐지하고 '울산아트페스티벌'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울산문화재단 전수일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 한해 재단의 신규 사업 및 역점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재단은 올해 신설한 '울산아트페스티벌'을 통해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을 주로 선보였던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울산지역 문화예술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발전적인 폐지로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축제전문기획자를 선임하고 축제 전반에 대한 기획에 돌입해 오는 9월 중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제는 발전적 해체가 어떤 성과를 낼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왜 폐지해야 하는지와 그 대안으로 만드는 울산아트페스티벌에 무엇을 담아내느냐에 있다. 중요한 것은 두 행사 모두가 처용문화제를 기둥으로 해서 생겨난 행사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울산문화재단이 처용의 정신을 어떻게 전승하고 이를 어떤 콘텐츠로 행사의 중심에 자리해 놓느냐에 있다. 

지난해 처용문화제를 살펴보자.

울산의 대표축제라는 처용문화제는 태풍으로 한차례 연기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울산시 남구 달동 문화공원 일원에서 '처용 미래를 춤추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연기된 행사라는 이유인지 축제 기간도 하루를 줄여 축소했다. 개막일 남구 황성동 처용암에서 열린 처용맞이 고유제에 이어 울산연예예술인협회가 마련한 축하 연주, 처용취타대 퍼레이드, 전국 창작 처용무 초대마당이 이어졌고, 축제 주제공연으로 처용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한국형 발레극 '처용'이 무대에 올랐다. 발레극 주제는 '관용과 화합을 춤추다'이다. 처용문화제에서 발레가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행사장에는 처용 설화 내용과 설화가 기록된 역사자료, 울산 처용 유적지 등을 소개하는 주제관도 마련됐다. 하지만 축소된 문화제는 연기된 행사 일정만큼 과거의 화려한 문화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처용문화제는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의 희망과 도약을 기약하면서 월드뮤직페스티벌과 분리해 열었다. 문제는 행사가 열리는 기간동안 시민들의 참여는 여전히 빈약했고 문화제의 성격이나 지향점도 불분명했다.

처용문화제는 신라 49대 헌강왕 때 기인의 이야기로 처용설화를 배경으로 열리는 문화축제다. 울산 남구 개운포와 처용암, 울주군 청량면 망해사는 처용설화의 발상지이며 처용설화에 나오는 처용가와 처용무 유산들은 울산만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대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울산에서 처용문화제 열리는 것이며 울산시 대표축제로 불리어왔다. 처용에 대한 시비나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관용정신이라는 기둥은 흔들리지 않았다. 50년이 넘은 울산의 대표축제가 위축된 축제로 변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처용문화제는 울산광역시 대표축제임에도 예산은 구·군 지역 대표축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선 6기 막바지에 처용문화제는 울산시로부터 외면받는 축제가 됐고 결국 구군으로 이관하려다 희망하는 자치단체가 없어 문화재단이 떠안는 모양새가 됐다. 울산의 대표 축제로 살려내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예산이 필수적이다. 누가 뭐라해도 울산은 처용의 도시다. 인근 경주가 울산의 처용을 가져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다른 곳에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빼앗길까 두렵다. 그런 점에서 월드뮤직의 폐지와 울산아트의 새로운 출발이 처용정신을 잃을까 우려되기도 하다. 

처용의 정신은 관용과 포용이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품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정신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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