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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최악의 보릿고개를 가까스로 넘긴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를 15% 가까이 높여 잡으며 조선업 경기 반등을 자신하는 목소리를 내놨을 때 울산시민들은 반색했다.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조선업이 이제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펴는 듯해서다. 현중의 이같은 자신감은 실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최근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빅3 가운데 실적과 수주가 유일하게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부활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돌이켜보면,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이후 4년째 해양플랜트를 수주하지 못해 일감이 바닥나자 지난해 8월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 1,0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사태를 빚었다. 최근 조선 및 해양플랜트에 다소 온기가 돌고 있지만, 실제 야드에 반영되려면 1년 뒤의 일이고 물량 또한 아직 유휴인력을 해소하기엔 태부족이어서 여전히 우려는 높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노사는 몇차례 대화 시도를 통해 물꼬를 틀 해법 모색을 해오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듯했다. 특히 지난 해 9월에는 송철호 시장이 중매인 역할을 자처하며 노사정 협의회까지 출범해 현대중공업의 정상화를 기원했다. 초유의 위기에 처한 조선업에 보내는 20만 울산 시민의 희망 메시지라 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타결의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해 연말 극적으로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물거품될 상황에 처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일부 조항 삭제를 요구하면서 "재논의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노조의 4사 1노조 규약에 따라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지연됐고 이 때문에 노노갈등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일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잠정합의 과오를 인정한다"며 "사측과 재논의를 통해 조합원의 뜻에 따라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지난해 투쟁의 핵심인 고용안정과 사측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노조활동의 걸림돌이 되고 사측의 사업분할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며 "민노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이 분노로 들끓었음을 충분히 깨닫고 문제조항의 삭제와 수정을 사측에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지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잠정합의에 문제가 된 조항을 수정, 삭제한 뒤 총회를 진행해 조합원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만약 사측이 우리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다면 잠정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날 잠정합의 내용 중 임금인상 및 하청 처우개선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이번 잠정합의는 임금 인상과 하청 처우개선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원·하청이 하나의 노조임을 결정했지만 하청 노동자의 처우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노사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측은 "7개월 이상 논의를 거쳐 어렵사리 합의한 안에 대한 수정 요구를 상당부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합의안을 폐기하겠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임단협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처럼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여지기도 전에 폐기 위험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노조의 4사1노조 규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앞으로도 계속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지연돼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다.

노사는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지난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 합의안은 △내년 말까지 고용 보장 △기본급 동결 △수주 목표 달성 격려금 100%+150만 원 △2019년 흑자 달성을 위한 격려금 150만 원 △통상임금 범위 확대(700%→800%)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잠정합의안은 노조의 4사1노조 규약에 발이 묶여 조합원 찬반투표가 지연되면서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노조의 4사1노조 규약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위해서는 분할한 3개 사업장도 잠정합의안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감정이나 선명성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조선업은 이제 다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어떤 위기가 불어닥칠지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노사 모두는 호황기 때 만들어진 과도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서로가 고통분담을 포함한 합리적인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울산=노사분규 도시'라는 오명을 씻을 때도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손을 맞잡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활력을 되찾아 사람이 모이는 도시, 울산을 만드는데 앞장서 주길 시민 모두는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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