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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출 문학상 제정으로 아동문학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본보가 2019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아삭아삭 맛있는 동시'는 다양한 아동 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울산아동문학회원 박해경, 조영남, 장경숙, 권도형 4명의 필진들이 꾸미는 코너를 통해 아동 문학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처음이라 그래요

                                 윤동미

붕어빵 아저씨
개업 첫날

꼬리 탄 붕어
옆구리 터진 붕어
지느러미 찢어진 붕어가
자꾸 쌓인다.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자
아저씨 콧잔등엔
땀이 송골송골

ㅡ제가 처음이라 그래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붕어빵이 못생겨서 미안하다며
한 마리씩 덤으로 담아 준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윤동미 시인의 《처음이라 그래요》라는 동시는 정말 내가 그 붕어빵 아저씨 앞에 서서 붕어빵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절대로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붕어빵을 굽는 아저씨 모습을 바라보면서 붕어빵이 익어가길 기다리는 손님이 되어 보고 싶다. 붕어빵 아저씨는 얼마나 착하고 순진할까.
그러면서도 얼마나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일까. 거기에다 솔직하기까지. 실직을 했을까 명퇴를 했을까 어쨌든 나이 들어 처음으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처음이라 그렇다고 말하면서 한 마리 덤으로 주는 넉넉한 마음 씀씀이까지.
문득 나의 처음이 떠오른다. 전공과 달리 늦게 시작한 보육교사 공부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처음으로 출근을 했을 때 무조건 서툴렀다. 알림장 쓰기, 보육 일지 쓰기, 아이들 소지품 챙겨주는 일 모두 모두 진땀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때 다정한 원장님의 한마디. "처음이라 그래. 하다 보면 눈 감고도 하게 될 거다"고 그 말에 용기를 갖고 하다 보니 지금은 정말 눈 감고도 하게 됐다.
수줍고 자상한 붕어빵 아저씨께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황금빛 나는 붕어빵을 눈 감고도 구워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동시 '처음이라 그래요' 주인공인 멋진 붕어빵 아저씨에게 거침없는 물개박수로 응원해주고 싶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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