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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로 쓰면 같은 글자인 상가는 한자로 喪家와 商街로 적으면 풍기는 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喪家에 곡소리가 안들리면 그 일만큼 난처한 일도 드물지만 商街에 곡소리가 난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한민국은 이 商街마다 눈물이나 한숨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어 비상이다. 경제정책이 잘못된 때문이라고 정치판은 정치판대로 시끄럽고,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은 또 그들대로 구구각각 한 마디씩 훈수를 던지곤 하지만 별 뾰족한 묘수가 서지않아 대통령의 지지율만 떨어져 내리면서 이래저래 정부 역시 초비상인 것 같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가져온 마당에 마냥 이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터이다. 그렇지만 산업수도라 일컷기도 하고 항상 부자도시로 알려져왔던 울산에서도 경제사정이 어려움속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을 보면 울산에서 먼저 이를 타개하고 국가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면 하는 바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돌아보면 그다지 먼 시대도 아니다. 고래를 잡아찬 포경선이 장생포로 유유히 들어오면서 뱃고동을 울리면 길가의 개도 엉덩이를 실렁거리고 지나가던 아낙들도 같이 춤을 추며 신나는 모습이 되어 장생포는 일시에 잔칫집이 되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두툼한 보너스를 지급할때는 동구의 모든 상가에서 웃음꽃이 겹으로 피었다.

이 신명나고 가슴뛰어 춤추는 울산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공업센터의 기공식을 가진 이후 한때는 맥주 소비량이 전국 1위가 되어 흥청대던 울산이었다. 그러나 울산시민들은 그 시절 술에 빠져 취흥으로 지난 것이 아니었다. 손발이 닳도록 땀흘리며 일에 묻혀 있었다. 민관이 모두 하나되어 일했다. 그 땀방울로 오늘의 울산이 있게 되었다. 국가부흥의 전사요, 영웅들이었던 그들은 근로자 뿐이 아니었다. 그 많은 공직자들이 열악한 교육환경, 빈약한 의료시설, 그리고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울산에 선뜻 가족들과 함께 모여 살지 못하고 기러기아빠 신세로 쓸쓸이 살아야했다. 이제 그들은 가고 전국에서 모여든 후예들이 울산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울산을 건설하고 더욱 발전시킬 소명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세대가 신작로를 닦으면 또 한 세대가 그 길을 지나간다'는 중국의 속담을 음미해야할 때가 아닐까? 이 시기에 우리가 가져야 될 각오는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산업평화가 정착되게 하자고 말하고 싶다.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격렬한 대립의 투쟁을 만드느라고 허송세월을 보낸 무지가 다시는 생겨나지 못하게 새로운 노사문화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역사는 남북대결의 최전선인 휴전선을 허물 찰나에 있고 평화가 한반도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에게 추월당했던 개발도상국의 나라들이 다투어 우리를 추월하려 들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별 민관대화채널혁신전략위원회'구성을 제안했다. 또 여기에 걸맞게 송철호 울산광역시장도 민선 7기 2년차의 시정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도 노사상생을 통한 노동존중의 가치와 기업존중의 가치를 착실히 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심어 놓은 것이다.

백 번을 들어도 당연한 것은 노동의 가치다. 인간만이 누리는 노동의 가치는 곧 삶의 가치인 동시에 생명의 가치다. 그래서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노동은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리잡아야하고 그것이 시작과 끝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는 노동의 이런 가치들을 내세우면서도 실천하는데는 무지했다. 흠결이 얼룩진 무지를 안고 대결로 일관된 싸움만 벌렸었다, 작은 것을 두고 싸우느라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둔함을 보였던 것이다. 이제는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울산은 그럴만한 이유와 전통을 이어온 도시다. 

고려때 흥려부라 부르던 지명은 나라를 흥하게하는 고을이란 뜻이다. 그 아득한 시대로부터 이어온 이 전통이 이어져 지금은 산업도시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그렇게 자랑스런 전통을 밑자리에 깔고 있는 울산이어서 울산의 근로자들은 타도시의 근로자들과는 다른 자긍심을 갖게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 기업도 근로자의 입장에서 근로자도 기업의 입장에서 모든 노사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할 것이다.

한 해동안을 달리기 위해 출발선상에 선 우리앞에 희망의 징조도 보인다. 울산항의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송철호 시장도 정부를 설득해 더 큰 울산형의 일자리를 얻어오겠다고 한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송철호 시장의 홈런 한 방이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송시장이 홈런을 날릴 수 있는 힘은 모든 시민들이 하나같이 뜻을 모아 힘을 실어 주어야하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중할 올해의 10대 과제는 모든 시민들이 소망하는 과제들이다. '과연 더 큰 것을 얻어왔네'하고 울산의 구석구석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2019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 그 일 외에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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