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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2018년 6월 지방선거. 울주군의원후보 1-나 김시욱.
스스로 원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어색한 것 투성이었다. 생면부지의 주민에게 인사하는 내가 어색하고, 명함 한 장 건네는 손끝의 떨림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진정되지 않았다. 격려해 주는 한마디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지만, 때때로 나는 주는 것 없이 미운 놈도 되기도 했다. 그래도 난 웃어야 했고, 누구보다 넉살좋게 말을 건네야 했다. 그 모든 어색한 것들과 익숙해질 무렵, 선거는 끝이 났다.

장면 둘. 민선 7기 개원식.
본 회의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명패 속에 새겨진 내 이름조차도 어색했던 그 날,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이란! 문자 그대로 좌불안석이었다.

돌이켜보건대, 초선 의원으로서 보낸 지난 6개월은 오로지 어색한 것들과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어색함은 낯섦이자 새로움이다. 주민들 역시, 20여 년만에 펼쳐진 울산의 정치적 변화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수많은 어색함이 교차하는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어색하고 낯설어도 주민들은 뭔가를 기대했고, 그러한 주민들의 기대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으므로 엄청난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속된 말로 의원으로서 나는 밥값을 해야 했다. 그것은 숫자나 물리적 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가지는 권한과 혜택, 의전, 대우 등등 무형의 것들까지 따지자면, 그 책임감은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그 밥값을 하기 위해선 그 어색하고 낯선 것들과 익숙해져야 했다. 

이제 며칠 후면 첫 임시회로 기해년 새해의 회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낯선 것과도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다만 지난 한 해 어색하고 낯설었던 것들이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익숙해짐을 넘어 그것들로부터 편안해지거나 안일해지는 것 또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권력화되기 십상이며, 마침내 책임에 어색해지고 권력에 익숙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추태가 바로 그러한 예다.

요컨대, 익숙해진다는 것,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주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굳이 거창한 포부나 대단한 성과를 염두에 두지 않으려 한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을 씨줄과 날줄 삼아 앞으로의 시간들을 담담히 맞이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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