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솥밥
정갑숙
하늘 높은 날
밤나무가 밥을 퍼 놓았다
가시 밥그릇 소복소복
늦봄 하얀 꽃불 연기 솔솔 피워
한여름 푸우 푸우 뜸을 들이고
가을에 잘 퍼진 알밤 고봉밥
다람쥐 들쥐 멧돼지 바둑이 사람
초록별 가족 한솥밥 먹는다
밤나무가 지은 고소한 밥.
밤나무가 지은 한솥밥인 알밤은 참 맛있고 고소하다. 봄부터 짓기 시작하여 여름에 뜸 들여 가을에 잘 차린 정성 가득한 밥이라 맛있고, 다람쥐, 들쥐, 멧돼지, 바둑이, 사람 등 초록별 가족이 나누어 먹어서 더 고소한 한솥밥이다.
우리는 모두 한솥밥을 먹고 살아가는 가족이다. 가족은 나누고 배려하며 안아주는 사랑하는 존재이다. 밤나무 한 그루가 고소한 한솥밥이 되기까지는 햇살과 바람과 비와 벌의 사랑이 모였다. 모두의 사랑이 모여 알밤이 되고 또 모두가 나누어 먹는다.
한솥밥을 보니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던 어릴 적 잔치 모습이 떠오른다. 이웃집 잔치가 있는 날이면 돈으로 축의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정성이 담긴 음식이나 잔칫집에 꼭 필요한 것으로 축의금을 대신해 주었다. 토리묵을 쑤어주고, 막걸리를 만들어 주고, 식혜를 만들어 주고, 두부를 만들어 주고, 땔감을 해 주고, 떡을 만들어 주고 또 일손을 보태는 등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는 마을사람들의 잔치이기도 했다. 잔칫날이 되면 잔칫집에서는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짓고 마을사람들이 보내준 축하음식으로 상을 차려 온 마을사람들이 한솥밥을 나누어 먹었다.
요즘 우리는 모두 바빠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파트 문화에 익숙해 문만 닫으면 이웃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하면 옆집과 나누고 큰 일이 있으면 마음과 정성을 보태는 정이 그립다.
밤나무가 고소하고 달콤한 고봉밥 지어놓고 초록별 가족과 나누듯 맛있는 것이 있으면 가끔은 앞집, 옆집, 건너 집 사람들을 불러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 시간에 쫓기고, 아빠들은 직장일로 바빠 한솥밥을 가족이 빙 둘러 앉아 먹을 기회도 많지 않지만 올해는 밤나무가 지은 고소한 밥을 나누어 먹듯 우리도 엄마, 아빠, 아이들과 맛있는 한솥밥을 나누어 먹는 따스한 가족이길 원한다.
아동문학가 조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