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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香)으로 줄기를 만들고 금과 옥으로 꽃을 만들었습니다. 제주에선 12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하늘에 있는 신선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신선을 지선(地仙)
물에 있는 신선을 수선(水仙)이라 합니다. 

이 꽃을 물에 있는 신선에 비유했습니다. 실제로 이 꽃은 물을 좋아합니다. 무슨 꽃일까요?

추사(秋史) 김정희가 24살의 나이에 아버지(김노경)를 따라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가서 처음 이 청순한 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평생 이 꽃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추사가 43살 때는 평안감사로 있는 자신의 아비를 뵈러 평양에 갔다 마침 연경에 사신으로 다녀온 분이 이 꽃을 자신의 아비에게 선물하는 것을 보고 달라고 하여 남양주 여유당에 있는 다산 정약용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생각이 안 나시나요? 수선화입니다.

추사가 평생 수선화를 사랑한 만큼 추사는 수선화에 대한 여러 편의 시와 글들을 남겼습니다. 
 

추사가 세도가(勢道家) 안동김씨 세력을 비판하다 1840년 55살의 나이에 제주도 대정리에 유배를 가게 됩니다. 그런데 제주도에 오니 조선의 선비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 귀하게 여겼던 수선화가 지천으로 늘려 있는 것입니다.

오오 이게 뭐야? 추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의 벗 권돈인(權敦仁)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마을마다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 고장 사람들은 이것이 귀한 것인 줄도 모르고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 버리기도 합니다. 또 보리밭에 많이 나서 사람들이 호미로 캐어 버리는데 캐내도 다시 나서 마치 원수 보듯 합니다"

그러면 추사가 제주에서 본 그 흔해빠진 수선화는 과연 어떤 수선화였을까요?

수선화는 대략 40여 종에 이릅니다. 그러나 제주에 자생하는 수선화는 단 2종류입니다. 몰마농꽃과 금잔옥대입니다. 몰마농꽃, 제주도 방언으로 꽃이 크고(몰), 속 꽃잎이 마치 마늘뿌리(마농)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방울수선화, 보푸라기 수선화라도고 합니다. 

다시 추사가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로 돌아갑니다. "화품(花品) 즉 꽃이 크고, 한 가지에 10여 송이, 화피갈래 조각이 8-9개에 이른다"고 한 것으로 보아 여기 언급하는 꽃은 분명 몰마농꽃으로 보입니다. 몰마농꽃을 제주 사람들은 제주 토종 수선화라 부릅니다. 

그럼 금잔옥대(金盞玉臺)는 뭔가요? 청나라 문인 호경(胡敬)이 짓고 추사가 추사체로 쓴 수선화부(水仙花賦)의 일부를 볼까요. 여기서 부(賦)란 감상을 느낌 그대로 적은 글이란 뜻입니다.    

仙花吐馨(선화토향) 수선화 너만 향기를 토해내는구나. 
籍玉盤之瑩潔(적옥반지영결) 정결하고 빛나는 옥쟁반에  
貯金屋之(저금옥지병정) 어여쁘고 아름다운 금잔을 올려놓았구나. 

이 시에서 수선화는 바로 금잔옥대입니다. 제주도에는 몰마농꽃과 금잔옥대의 자생지가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이 두 수선화가 제주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추사가 살아생전 이 두 수선화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향이 있는 금잔옥대와 몰마농꽃. 향이 대단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반한 꽃, 몰마농꽃. 그 향기를 찾아 제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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