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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여당에서 원전 정책의 변화를 희망하는 여러 목소리들이 감지 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주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지화하기로 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여당의 중진급 의원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발언을 한 것은 예상보다 파문이 컸다. 송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가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송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이는 청와대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자 탈원전에 문제를 제기한 송 의원측은 "당연히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지만, 속도 조절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노후화된 화력발전에 대한 대책과 함께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등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권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및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 의원에 대해 "용기있는 발언을 환영한다"면서 "신한울 원전의 건설재개는 물론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여권 내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와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탈원전 정책은 우리 원전의 생태계는 물론 미래먹거리를 없애고, 전기료 인상을 비롯해 친환경적이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와 기타 에너지 수급 정책 등으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이미 예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의 소신 발언에 여당의 실세들이 비판을 가하고 청와대가 대못을 친 이번 사태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부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우선 여권의 내부 노선갈들이 표면화됐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일이다. 

송 의원의 탈원전 수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우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송영길 의원이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우리 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위 위원장으로서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도 했다. 우 의원은 "이미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노후화력발전소가 문제이니 다시 원전으로 가자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송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우원식 의원은 직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이다. 당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전환 산업육성 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지난 전당대회 때 이해찬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중진이다. 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여당 중진들이 공개 논전을 벌인 셈이다. 

여당 중진들의 충돌에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여당이 가진 애너지 정책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에 있다. 겉으로는 원전의 안전성을 핵심으로 이야기 하는 갓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안전성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의 이념적 대립을 보는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은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홍보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 68%가 원자력 발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를 결정하면서 탈원전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사여서 관심이 증폭됐다. 원자력계는 이런 의견이 에너지 기본기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국민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진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전의 경우 특정 정당의 지향점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자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이번 여권 내부의 노선 충돌로 에너지 정책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부와 여당의 차분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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