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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생기기 전엔 암각화 아래에서 목욕도 하고 놀았어. 그땐 암각화 높이가 수면에서 10m 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동네에서 '귀신같은 그림'이라고들 했지. 그림 주변에 지금은 없어진 큰 보가 있었어. 보 근처에 그림이 있는 건 다 알았지. 다만 그게 고래 그림인지는 몰랐어"(책 '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 이상락 씨의 구술 중에서)
 대곡천을 지켜온 마을 주민들의 숨은 옛 이야기가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울산의 반구마을과 한실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반구대 선사마을 공동체'(대표 이영준)는 최근 '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구술로 엮은 사람과 자연 이야기'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울산시 마을공동체 활성화사업 공모 선정과 함께 '대곡리 마을이야기 복원'을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면서 시작됐다.


 책 작업을 위해 문헌 자료와 사진 기록물, 마을의 전설, 옛길 등을 토대로 대곡 경로당에서 회의가 거듭됐으며, 연로한 어르신의 구술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빠뜨리지 않았다.
 주민 구술을 엮은 스토리텔링 작가 강미희 씨는 "이번 작업을 통해 대곡리 마을이 선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역사마을이자, 전설이 꿈틀거리고 생명체가 역동하는 마을임을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 일원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반구대 암각화 일원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책 속 마을 탐방은 '반구교에서 반구마을까지' '한실길에서 한실마을까지' '연로개수기에서 벼락 맞은 나무까지' '대곡천 암각화군' 등 4개의 영역으로 분류해 발길에 따라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기술했다.
 특히 이번 책에는 지금까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진진한 마을 이야기와 사진들을 수록해 더욱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주민들이 겪은 동시대의 다양한 체험담을 시대적 기록 차원에서 함께 담고자했으며, 제1호 '반구교'의 건립 에피소드 등도 다뤘다. 


 반구대 선사마을 공동체 이영준 대표(대곡리 이장)는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자주 만나 소통하고 힘을 합쳐 일해 본 적이 없었다"며 "반구대암각화 때문에 주민들이 때로는 너무 고통을 받아 '암각화를 떼 가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 시키는데 앞장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 발간 사업에 참여한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풀어 놓은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면서 사연댐 축조 이전의 대곡천 계곡과 대곡마을을 복원하는 것이 대곡천 반구대문화유산을 아끼는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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