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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교장실로 전화가 걸려온다. 외부 전화로 확인되니 일단 긴장 모드.

학년, 반, 아이의 이름을 밝히며 그 학생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는지…"라며 교양 있게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이런 일로 학교에 전화하는 것은 처음이기는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모독 되는 이야기를 하셨고, 내 아이가 상당 부분 잘 못 된 부분 있음도 알고 있지만, 선생님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하셨기에 본인과 아이는 그걸 참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교장이 볼 때는 그 선생님의 지도가 그래도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과 함께 이번 사안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라고 경고한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 그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으니 파악해 보고 어머니의 말씀이 사실이면 당연히 선생님의 잘못된 부분을 짚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하고 통화는 끝난다. 이런 경우 학생의 잘못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교사의 잘못만 문제 삼는 예도 있으나 가끔 어느 정도 학생의 잘못도 언급하며 교사의 잘못을 따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은 학생의 잘못은 학생 본인이 부모님께 알린 그것보다 크다.

평소 교직원 회의 시간에 아이들 지도 과정에서 아이들의 내면에 상처가 될 말은 하지 말 것을 선생님들께 이따금 전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너 이래서야 뭐가 되겠니?", "넌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등

교사도 사람이다.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당연한 일이지만 요즈음은 학생에게 신체적/물리적 접촉은 사라진 지 오래. 또한 폭언이나 상식을 벗어나는 벌주기도 거의 사라졌지만 교사도 지도 과정에서 심하게 마음이 상할 때에는 순간적으로 비인격적 지도가 있음도 사실이다. 전화를 거시는 분은 처음이라 하지만 학교로 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예전에는 선생님의 잘못이 상당하여도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다. 학생지도라는 이름으로 가끔 잘못을 범한 선생님은 아픔을 감수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 학생지도에 더욱 신중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대체로 학생의 잘못은 중요치 않다. 아이는 인격적으로 미완성체이기에. 그렇지만 교사의 잘못된 부분은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선생님의 잘못은 결코 편히 지나갈 수 없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마땅히 아픔을 감내하고서야 마무리된다. 학생과 학부모님은 교사의 잘못에 대해 학교장, 교육청, 인권 관련 기관 등 여러 곳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처하고 만다.

선생님 길들이기를 보는 듯하다. 필자로서는 선생님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교사가 그런 잘못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선생님 길들이기와 같은 많은 학부모님의 대처를 보면서 더욱 움츠러드는 선생님의 어깨를 보는 마음도 아파져 옴을 느낀다. 그런 선생님께 사태 해결 후 힘내시라고 토닥여 보지만 선생님의 어깨는 더욱 내려가는 듯하여 조금은 안타깝다. 선생님이 감수하게 되는 고통은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 여부를 떠나 나름대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교단에 선 선생님이 당하는 아픔치고 때로는 너무 커 보인다.

위 전화 대상자 선생님은 학습지도나 학생 생활지도, 업무처리, 구성원 간의 소통에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훌륭한 선생님이라 본인은 확신하는 분이시다. 그 선생님께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 학생의 잘못이 크지만, 선생님이 적절치 못한 부분도 있어 보이니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함이 어떨까 권유했더니 대뜸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교권침해 사안으로 맞대응 하겠다 하시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려운 중에, 몇 시간 후 그 선생님은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라며 화면 캡쳐한 것을 보내왔는데 선생님이 학부모께 사과하셨고, 학부모도 수긍함으로 이후 사태는 종결되었다. 

오늘날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지도에 학생 인권과 학부모님의 인권을 더욱 생각하도록 마땅히 노력해야 하겠다. 동시에 학부모님들께서도 학생의 학교나 선생님들에 대한 원성을 들을 때 학생의 이야기를 무조건 믿기보다 사태를 정확히 알아보고 대처함이 마땅하겠다. 혹 스스로 점검하시어 어쩌면"선생님 길들이기"에 가까운 생각을 하시는 학부모님이 아닌지 한 번 짚어 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대부분 바른 교육활동을 하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 이런 선생님들이 당당하게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 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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