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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특수 공익사업을 위해 운용 중인 15개 각종 기금 중 민선 7기 출범 이후 유일하게 설치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사용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맞물린 UN의 대북제재로 경제 분야는 물론 민간 교류협력까지 엄격히 통제되는 상황에서 적립한 기금 중 일부를 올해 대북사업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실제 사업 성사가 불투명한 탓이다.

21일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면 개정된 '울산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치된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18년도 제2회 추경과 올해 당초예산에서 각각 5억원씩 확보해 현재 이자수입까지 총 10억2,400만원의 기금을 확보해놓고 있다.
울산시는 기금 존속기한인 오는 2022년 말까지 자체 출연 등을 통해 총 5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의회 행자위는 이 기금 사업의 원년인 올해 본래 용도에 맞는 실질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측면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도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의 절반인 5억원을 올해 당초예산의 민간사업 보조금으로 편성,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나선다는 기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시는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이란 명목을 단 기금 예산 5억원만 편성해놓았을 뿐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기금 관리 담당공무원조차도 "현재 확정된 사업은 없으며, 문화·체육·예술·산림 분야와 민간의 인도적 지원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UN의 제재 하에서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기란 간단하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연쇄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등 전례 없는 평화 분위기 속에 선제적인 대북 교류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재빠르게 기금을 만들었지만,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기금을 사용하려해도 통로가 막힌 셈이다.
무엇보다 대북교류 사업을 어렵게 하는 것은 개별 사업 하나까지 일일이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어렵게 허락을 받더라도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사전 발표나 홍보도 할 수 없어 그야말로 '깜깜이' 사업을 해야 할 판이다.

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각 남북교류협력위원회와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논의만 요란할 뿐 아직 이렇다할 사업은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궁여지책으로 지난 18일 열리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회의에 맞춰 위원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요청했으나 시민토론회나 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이 제안됐을 뿐 이름에 걸맞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UN 제재로 경제 분야의 협력 사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올해 편성된 예산을 사용하고 보자는 식을 덤빌 경우, 본래 취지인 교류협력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원조 사업'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사회에선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활발한 추진'을 위해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투입하면서 반대급부도 기대할 수 없는 시혜성 사업에 골몰해야 하고, 북한 눈치보기 사업을 해야 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북한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여건에서 목적에 부합하지도, 효과도 검증되지 않는 무리한 대북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차라리 상황이 개선될 때를 기다리는 편이 옳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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