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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별(송찬호 지음·소복이 그림)

사슴뿔 숙제

사슴을 그리다가
뿔을 잘못 그려
지우개로 지웠다

뿔을 다시 그리면서
사슴에게
내는 숙제

너에게 꼭 맞는
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
앞으로 네가 튼튼하고 크게 키워

-송찬호 『저녁별』 중에서-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송찬호 시인의 동시에는 특별한 온기가 있어요. 동시를 읽으면 그 온기를 느끼고 따뜻한 시인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어요. 사슴을 그리다가 뿔을 잘못 그렸다고 하네요. 누구나 그렇듯이 잘못 그린 부분을 지우개로 지웁니다. 더 멋지고 튼튼한 뿔을 그려주려고 마음먹었겠지요. 하지만 동시 속 아이는 아기 사슴에게 맞는 작은 뿔을 그렸어요. 그리고 사슴에게 숙제를 냅니다. 스스로 튼튼하게 키워보라고요. 작은 뿔을 선물 받은 사슴은 시인의 바람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채워가겠지요.


동시를 읽으며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돌 지난 아들의 걸음마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스럽고 감동적이었지요. 그 감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잘해주길 바라는 욕심이 아들을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어려운 공부나 숙제는 도움을 주면 더 쉽게 갈 거라고 생각하고 제가 먼저 도와준 적도 많았지요.
이 간결한 3연의 동시에는 시인이 전하고 싶은 말이 명확히 들어있어요. 아이들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짐만큼만 준다면 좋을 텐데 어른들의 욕심은 늘 그 이상입니다. 작고 여린 몸에 크고 튼튼한 뿔을 그려놓고 만족스럽게 웃는 어른들을 종종 봅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가분수가 된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보기는 했을까요.


크고 튼튼한 뿔 대신 사슴에게 꼭 맞는 크기의 뿔을 그려주고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크고 튼튼하게 키워보라는 말은 시인이 우리에게 내는 숙제가 아닐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성장해가는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일들도 있을 테고, 다시 그려야 할 것들도 많을 겁니다. 그럴 때면 이 동시를 떠올리며 작은 뿔부터 그리고 조금씩 키워갈 줄 아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동문학가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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