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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지구가 하늘에 쓰는 시(詩). 우리는 공허를 기록하기 위해 그들을 베어내 종이로 만들었다.'
좋아하는 작가 칼리 지브란의 '예언자'에서 나온 한 구절이다. 처음 칼리 지브란이라는 작가의 잠언집을 접했을 때 그 충격과 감동은 사춘기 소녀의 감성보다 더 날카롭게 내 뇌리를 가시처럼 찔렀다. 그 당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이 시를 나는 몇 번을 되뇌이며 감동에 밑줄까지 쳐가면서 읽었다.

류시화의 시집에 수록된 칼리 지브란의 '예언자' 구절들을 읽으면서, 도저히 그 시어의 감동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 어느 날은 직접 칼리 지브란의 책을 모두 사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칼리 지브란의 책 '예언자'를 읽으면서 구절 하나하나가 마치 나에게 내뱉는 '신'의 말처럼 느껴졌으며, 매혹되었다. 어느새 그 책은 '내 인생의 책'이 되어, 내 영혼과 가슴을 훔쳤다. '예언자'의 한 구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힘써 일한 자들 중 혹시라도 빈손으로 가는 이가 없는지 살펴보라. 대지의 신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욕구들이 채워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평화롭게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교사는, 학생은, 한 학기 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달려왔다. 우리는 힘써 일한 자이다. 대지의 신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욕구들이 채워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평화롭게 잠자리에 든다고 우리가 믿는다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방학이라는 시기를 여백과 공허가 아닌 배움으로 채워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때로는 진도에 쫓기고, 때로는 시험에 쫓기고, 때로는 수행평가에 쫓기고, 때로는 업무에 쫓기며 우리는 지난 1년간의 마라톤 결승점 직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방학이라는 시간에 잠시 돌아온 길을 되짚으며 새 학기를 준비할 기로에 서 있다.

혹자는 묻는다. '방학이 되면 교사와 학생들은 무엇을 하냐고' 짧은 방학 동안 교사는 끊임없이 준비한다. 학기 중에 밀려 있던 교사의 영혼과 부족한 내면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경력이 몇 십 년이 되어도 새 학기는 늘 떨림과 새로움이듯이, 매년 반 아이들과의 수업은 교사 혼자 이끌어 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소통과 공감을 위한 준비를 위한 수업방법 개선과 자기 연찬의 연수를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겨울방학은 새 학기라는, 또 다른 마라톤을 출발을 위한 소중한 시간의 한 귀퉁이일 것이다. 방학은 단지 놀기 위한 '공허'의 시간이 아니다. 남들과는 좀 더 다른, 좀 더 특별한, 내 내면의 여백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독서와 사색과 배움으로 자기를 성숙하게 하는, 정신적 성장의 소중한 시기가 아닐까? 비단 교사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이번 방학을 채울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기를 돌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꽁꽁 언 추위를 날려버릴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새 학기에 좀 더 단단한 내면의 울림을 가진 아이들이 되어있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방학에는 또 어떤 책이 '내 인생의 서적'이 될지 오늘 또 길을 나서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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