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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느닷없이 홍역이 창궐했다. 서울과 전남 등지에서 해외여행자 가운데 확진 판정자가 나오면서 위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홍역 첫 환자가 신고된 이후 현재까지 집단발생 27명, 산발사례 3명 등 모두 30명의 홍역 확진자가 신고됐다.

집단발생 환자는 대구·경북 경산시 등에서 17명, 경기도 안산·시흥지역에서 10명으로 집계됐다. 산발 사례는 서울과 경기도, 전남에서 각 1명씩 발생했다. 질병본부는 대구, 경기의 경우 각기 다른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산발 발생 3명 역시 베트남, 태국, 필리핀 여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 별로는 만 4세 이하가 15명, 20대 9명, 30대 6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지역은 의료기관 내에서 영유아와 의료기관 종사자를 중심으로 발생했고, 경기 안산의 영유아 환자들은 5명 모두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동일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역은 이전에도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1993~1994년, 1998~1999년에 유행해 이에 대한 2차 접종이 새롭게 도입됐다. 또한 2000년부터 2001년까지도 홍역이 대유행하기도 했다. 201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 인증을 받았으나 이번 확산으로 다시 홍역을 치르게 됐다.

홍역은 전염력이 매우 높은 급성유행전염병이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콧물, 고열, 결막염, 홍반 반구진의 융합 발진 등이 있다. 홍역에 한 번 걸리게 되면 평생 면역을 얻게 되나 홍역에 전염될 경우 90% 홍역 증상을 보이며 무증상 감염은 거의 없다.

홍역 증상은 크게 전구기, 발진기, 회복기로 나뉜다. 전구기 시기는 발열과 기침, 콧물이 발생하면서 전염력이 가장 높으며 발진기는 홍역의 대표적인 증상인 '코플릭 반점'이 생긴다. 이 후 회복기는 발진이 소실되나 합병증이 잘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홍역 치료방법은 합병증이 없는 경우 안정과 충분한 수분공급, 기침, 고열에 대한 대증요법을 한다.

홍역은 과거에는 불치병이었다. 조선시대인 1707년(숙종 33년) 4월 평안도에서 발생한 홍역으로 단 보름 만에 1만여 명이 죽었고, 이듬해 발생한 홍역으로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죽었다.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도 어린 시절 홍역을 앓았다가 겨우 살아난 바 있다. 영조 큰아들이었던 효장 세자 또한 홍역을 크게 앓았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며, 효장 세자빈 조씨 역시 궁중으로 들어왔다가 홍역을 앓았다.

정조 왕비인 효의왕후는 왕세손이었던 정조와 가례를 올리기로 결정 난 다음 홍역을 앓아 양쪽 집안이 걱정에 빠지기도 했고, 정조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 역시 정조를 낳은 뒤 몸이 약해진 생태에서 갑자기 홍역에 걸렸다. 왕과 왕비가 동시에 홍역에 걸린 사례도 있다. 왕실은 그나마 즉각적인 응급조치로 살아남은 자가 많았지만 백성들은 그렇지 못했다. 호환마마와 함께 생명을 위협하던 홍역이 21세기에 다시 창궐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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