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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동상을 옮기고 광장 바닥에 촛불의 상징성을 담겠다는 박원순식 광화문 광장 재구성이 논란이다. 반발이 거세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의 존치를 원하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광화문 광장 재구성안은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고 촛불 혁명을 기념하는 이미지를 새기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반대 여론이 쏟아졌다. "광화문 광장의 상징인 두 동상을 없애선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며 공모까지 거친 설계를 재검토 과제로 남겼다. 국가적 상징을 바꾸는 핵심 정책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부터 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원순식 광장 재구성에 국민들의 반발이 큰 이유는 광장의 상징성을 왜곡했다는데 있다. 서울시는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광장 중심부에서 완전히 사라진 조감도를 공개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역사적 상징물을 왜 치우려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서울시는 당선작 공개 1시간 30여 분 만에 "동상 이전은 확정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선작이 촛불 시위를 형상화한 바닥 장식을 새기는 점에 대해서도 "이념·정파적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촛불 시위를 새기는 장소가 이순신 동상 인근인 광장 중남부 지점으로 예정되자 "이순신을 옮긴 자리에 촛불을 들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에 위치해 있지만 서울만의 광장은 아니다. 광화문 광장은 행정 구역상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와 청계 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중앙에 조성된 광장이다. 이곳은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중심거리 세종로를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하고, 경복궁과 북악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 조망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며, 세종로의 옛 모습인 육조(六曹)거리 복원을 통한 역사·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되어 지난 2009년 7월 완공됐다. 이순신 장군 동상만 있던 이 일대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진 것도 이 무렵이다.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인 지난 1968년, 정권의 정체성 차원에서 만들어진 역사 속 영웅 숭배사업의 결과물이다. 당시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기준으로 수많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어져 학교와 공공시설 공원 등에 배치됐다. 동상이 있는 곳에 광장이 조성되는 것은 서양에서 유래된 것으로 서양에서 광장은 그리스 아고라(Agora)에서 시작되어 로마의 포럼(Forum)으로 계승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슬쩍 옆으로 옮기려 한 것도 이같은 과거의 숨결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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