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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편안한 일상 생활을 위한 안전한 보행로 확보는 도시행정의 기본이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어린이보호구역인 이른바 '스쿨존'에서의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무늬만 스쿨존일 뿐 안전은 뒷전인 곳이 울산 시내 한 두곳이 아니다. 실제 남구의 한 초등학교 주변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학교 앞 200m 도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그저 말뿐이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하교 시간 학교 정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보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사방에서 달려오는 차들은 학교 앞을 쏜살같이 내달리고, 애들은 멋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니기 일쑤다. 말 그대로 안전사각지대다. 가까운 가게 주인들이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스쿨존이 그 노릇을 못하고 있는 탓이다. 약 8년 전 지역의 한 언론이 제기한 문제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 앞 풍경은 어떨까? 장소는 달랐지만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전에는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함께 동행하는 경우도 종종 띄었으나 하교 때는 아이들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켜보는 동안 위험한 순간이 몇 번이나 눈에 띄었다. 한 학교는 교장 재량 하에 등교시간 8시 20분부터 8시 50분까지 30분 정도는 학교 정문 앞 교통통제물을 설치해 고학년들과 경비 아저씨가 함께 차량을 통제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몇 번이나 차량을 통과시켜 주었다. 좋은 시도였으나 실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초·중등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어떤 학교는 일방통행로임에도 불구하고 역주행이 다반사였다. 도로가 넓어서 역주행을 유도하는 상황이었으며 좁은 보행로와 입간판 때문에 보행에 방해를 주었다. 이동식 CCTV와 단속경고 현수막이 있었으나 약 30분간 10대 이상의 역주행 차량을 보니 효과성이 많이 낮아 보였다. 과속방지턱도 규격이 맞지 않은데다 턱이 그다지 높지 않아 있으나 마나했고, 신경 쓰는 운전자도 별로 없었다. 차량은 점점 늘어나는데 주차시설 부족으로 늘 자리잡고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탓에 자동차 한 대 비켜가기에도 빠듯한 좁은 도로가 아이들의 등하굣길인 것이다.

지난해 3월 폴리스타임즈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고가 약 50%를 차지하며 지난해 사망자 102명 중 48명이 보행자 사고였다. 안전한 보행로 확보가 생명과 얼마나 직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서울에는 2013년부터 아마존(Amazone)이라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옆 골목을 놀이터로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공간 조성에 들어가 골목, 등굣길 바닥에 사각형을 그리고 땅따먹기를 하거나 달팽이를 그려놓고 '가위 바위 보'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차량속도는 30→20㎞로 제한, 놀이공간까지 확보된 생활안전공간으로 조성해 '아마존'은 어린이보호구역이 한 단계 진화된 개념으로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방범 등의 기능까지도 고려한 지역네트워크다. 학교·학원·공원·놀이터 등으로 이어지는 어린이의 동선을 따라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안전한 보행로를 따라 즐겁게 이동하는 것이다.

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주민참여형 운영으로 아마존 시설은 알맞은 시설물을 설치하고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지역민으로 구성된 아마존 운영위원회·순찰대 안전문화교육관을 운영해 주민참여도를 높였다. 학교 옆 골목은 이제 안전한 통학로에서 나아가 어린이 생활 안전이 확보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안전하면 시민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보행여건에서 생활안전 영역까지 꼼꼼하게 개선해야 한다. 필자는 개선 방법으로 울산시 전체 초등학교 스쿨존에 등하교 시간대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보행로 확장·연장을 통해 도로폭을 축소해 스쿨존 일방통행로 무력화를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 또 보행로 펜스를 설치하고, 운전자 인식 제고를 위해 학교 앞에 고정식 CCTV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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