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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파도 끝이 없는 의혹들이 목포와 국회를 여론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이야기다. 손 의원은 목포로 내려가 박물관을 지어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손 의원이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 공간을 공예박물관으로 만들자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의원이 나전칠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바로 옆 건물인 신서울역에서는 자신이 창업한 공예품점 '하이핸드코리아'가 운영되고 있어 손 의원이 자신의 이익이 연계된 공예계의 입장을 과도하게 대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자개(나전)를 이용한 다양한 기념품을 제작한 것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나전칠기 관련 전시가 두 달간 열리기도 했다. 이 중에는 황삼용·오왕택·이익종 등 손혜원 의원이 국감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했거나 극찬한 장인들의 작품도 있었다고 한다.

끝없는 의혹이 꼬리를 무는 손혜원 의원은 울산과도 관련이 깊다. 이른바 '절수변기'로 울산시민의 분노를 산 사람이 바로 손혜원 의원이다. 20대 국회 초반에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안으로 '절수 변기'를 설치하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제시된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빗물 박사'인 토목상하수도 전문가인 한무영 서울대 교수를 증인으로 초청해 이같은 요지의 의견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이날 절수 변기설치와 빗물 저장시설 등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줄여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었다. 한 교수는 "울산 시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80여ℓ로 세계 주요도시의 150ℓ보다 많다. 물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13ℓ변기를 4.5ℓ초절수 변기로 바꾸면 1인당 물 사용량을 40ℓ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울산시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54ℓ에 그쳐, 16개 시·도 중 가장 적게쓰는 전남 240ℓ, 경남 244ℓ에 이어 전국 세번째로 물을 아껴쓰는 도시다.(환경부 '2014 상수도통계'·2015)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교수는 이어 "기업의 공업 용수를 절감하면 1인당 물 사용량은 20ℓ가량 절감할 수 있다"며 "도심과 산지에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해 20ℓ를 줄이고, 수면 위 빗물수확시스템 등을 갖추면 사연댐 수위를 낮춰 예상되는 1인당 80ℓ부족분을 거의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 물 수요 추정치보다 실제 수요는 낮아지는 추세이고 비용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가관인 것은 문화재청의 반응이었다. 당시 문화재청장이었던 나선화 전 청장은 "새 대안을 환영한다"며 수자원관리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시만해도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쌓자는 입장을, 문화재청은 경관훼손 등의 우려로 이를 반대해 왔다. 문화재청의 수위조절안 역시 울산시가 식수 부족을 이유로 반대해 가변형 임시물막이 무산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상황은 정국이 혼란스러워 이날 지금의 자유한국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안철수, 손혜원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감사가 진행됐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문화재 행정에 정치가 개입되는 폐해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3년 가까이 모형실험이 진행됐다가 지난 7월 중단된 카이네틱 댐은 전문가들이 '구조적·환경적 문제로 타당성 없다'고 의견을 냈음에도 문화재청이 입장을 번복해 이를 설치했다"면서 "이것이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나선화 당시 문화재청장은 이에 대해 "문화재 보존은 정치와 관련없다"면서 "문화재보존과 문화재의 세계 공유가 목표이므로 합리적인 기준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 당시 손혜원 의원은 반구대 암각화 문제를 물문제와 연계해 문화재청을 압박했다. 손 의원은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된 후 문화재로 지정된 1995년까지 수많은 탁본으로 훼손되고 발견 전인 1965년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현재도 물이 차오르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며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문화재청에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나 청장은 "지금까지 여러 안을 쌓아놓고 검토중이며 용역을 거쳐 오는 12월에 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도리어 "대안이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에 손 의원측은 증인으로 토목 전문가인 서울대 한무영 교수를 내세우며 '절수와 빗물의 사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치 짜고친 듯한 질의와 답변이었다. 울산시민들이 물을 함부로 쓰니 물절약만 하면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다는 조롱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목포 사태를 보면서 그 때 손 의원의 절수변기가 떠올랐지만 어떤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도 손 의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 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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