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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인재였다. 24일 새벽에 발생한 울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는 노후화된 시장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가를 잘 보여줬다. 불은 건어물과 젓갈류 등을 판매하는 수산물종합동에서 났다. 수산물종합동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면적 1,021㎡ 규모의 1층짜리 건물이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은 지 10분 만인 오전 2시 12분께 2개 이상 소방서 인력·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건물이 전소되고, 주변 시장 건물로 불이 확대될 우려가 줄어듦에 따라 오전 2시 35분께 관할 소방서 인력·장비만 동원하는 '대응 1단계'로 하향했다. 이날 화재 진압에는 소방대원 95명 등 인력 107명, 펌프차와 탱크차 등 장비 35대가 동원됐다. 다행히 화재가 시장 영업이 끝난 시각에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도매시장 화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겨울철이면 언제나 한두번의 화재가 발생햇고 지난해에도 불이났다. 

화재 등 안전 문제에 취약한 구조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이미 시장 시설 노후화에 대한 시설 보수를 울산시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지난해 2월에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과 소매상인, 관련업 종사자 등 800여 명으로 구성된 '(가칭)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발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발전협의회는 20년 동안 방치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낙후돼 영업 경쟁력을 잃고 있고 노후된 시설로 인해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화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또다른 대형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분명한 답을 찾아야 한다. 

겨울철은 화재 위험에 노출된 시기다. 최근들어 발생하는 화재사고의 대부분이 전기적 장치의 노후화나 난방기 과열 등 인재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다중집합시설이나 재래시장 등의 불조심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화재 발생이 잦은 겨울철은 무엇보다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이 필수적이다. 대형 백화점 등 대형 판매시설과 공연시설, 버스터미널, 사회복지시설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은 특히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유통업체 가운데는 비상계단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비상발전기의 덮개를 훼손하는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과 불법시설이 산재해 있다. 대형 건물들에 대한 화재 예방 점검은 결코 가벼운 사항이 아니다.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건물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상당수의 다중이용시설들이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물을 뿜어 주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비상구 유도등조차 없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이 몰고 올 대형 재난은 미리미리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번에 불이 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이제 이전 문제가 더 이상 탁상공론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울산시는 이미 올초부터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올해 안에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더 급하게 됐다. 울산시는 이전이나 재건축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종사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를 구성해 기본 방향을 정하고 2020년에는 정부 공모사업을 신청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용역이 처음이 아닌데도 자꾸만 용역에 의존하는 태도에 있다. 이미 결론이 난 상태인 이전문제를 더 이상 시간끌기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방침이 도매시장에 대한 지원축소로 정해지면서 공모 사업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부분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이미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의 해묵은 민원 중의 하나인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또는 이전과 관련해 2020년 상반기 농림축산식품부에 시설현대화사업을 위한 국비 공모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추진 일정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수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행 중인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방안 정책과제 결과를 토대로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해 유통 종사자 간 합의 도출을 끌어낸다는 계획도 조속한 결론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연구용역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이미 시설노후화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농수산물 수용 능력 부족, 주차난, 도심 교통체증 유발 등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번 화재 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시간을 끌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도매시장의 현실이다. 물론 울산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또다시 추진위 구성 등의 절차를 밟다보면 자칫 사업지연이나 수정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앞으로 정부의 공모사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농수산물시장 이전 문제는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절차 때문에 겨울철 마다 대형화재에 가슴을 조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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