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쓰는 관광 이야기
고쳐쓰는 관광 이야기
  • 울산신문
  • 승인 2019.01.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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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울주군 문화관광과

전라북도 익산에는 왕궁리 유적이 있다. 조금 낯선 유적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이 지은 백제시대 왕궁터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있는데 왕궁이 사라진 이유가 기록에 없다는 것과 왕궁에서 사찰로 변한 흔적은 있으나 왜 사찰로 변했는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무왕의 사후 명복을 빌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짧은 역사 지식과 엉뚱한 상상력을 보태 추측해본다면 왕궁을 익산에서 사비성(부여)으로 옮긴 의자왕이 버려진 왕궁터를 가만히 놔두기에는 민원이 너무 많고 관리도 만만치 않아 요즘말로 도시재생을 위해 사찰로 변모 시킨 것은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백제시대에서 이뤄졌던 도시재생은 지금 이 시대의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익선동', '서울로 7017', '포천아트밸리', '광명동굴' 등은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이 뿐만 아니라 강화도의 'ㅈ방직', 부산의 'F카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서울의 'ㄷ창고', 경주의 '황리단길' 등 요즘 핫하다는 카페나 관광지들 중에는 폐공장, 오래된 창고, 오래된 도심을 리모델링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관광지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는 곳이 많다. 왜 옛것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차치하더라도 '온고지신' 사자성어를 남긴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사실 도시재생이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은 방치되어 있던 발전소 건물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고쳤고, 스웨덴의 '달할라'는 폐채석장을 4,0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고쳤다. 그리고 독일 뒤스부르크에서는 폐제철소를 환경공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의 흐름과 사례, 해외의 사례를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 울산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이고, 그런 만큼 발 빠르게 산업구조에 대응할 것이며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역동적인 산업 유산들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그 자산을 우리가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킨다면 도시재생을 관광지화 하는 시류를 타고 울산이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옛것을 새롭게 고쳐쓰는 것이 트렌드이고, 관광지로 성공한다고는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한 획을 그었던 서울 경리단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침을 겪었고, 부산 감천 문화마을과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은 거주민들이 생활권을 보장받지 못해 오버투어리즘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 주목할 만한 사례가 한 가지 있다. 20년 전 일본 나오시마는 인구가 줄어들고, 자연환경은 황폐해져가는 버려진 작은 섬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오시마에는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이, 그리고 3년마다 열리는 예술제 기간에는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나오시마는 한 기업가의 열정과 예술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섬을 재생하는데 주민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되었다. 주민들은 작가들과 협업하여 폐가들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예술제 기간 동안 관광객들에게 작품설명을 하고 물품보관소를 직접 운영하는 등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단순히 경제적 윤택만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식의 도시재생은 안될 것이다. 나오시마처럼 주민들 스스로 변화의 분위기 조성을 통한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그에 따른 긍정적 에너지가 관광객들에게 전달되어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거듭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백제시대 도시재생을 통해 왕궁에서 사찰로 거듭난 왕궁리 유적에는 성터와 절터밖에 남지 않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지금의 관광지, 미래의 문화재로 남을 만한 훌륭한 자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줬으면 한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