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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가설, 법칙, 이론을 세우는 것이다. 과학사에서 유명한 과학자들은 대개 훌륭한 가설, 법칙, 이론을 세운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이 훌륭한 이유는 상대성이론이라고 하는 이론을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설, 법칙, 이론이란 무엇인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


 가설이란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였다는 가설은 하나의 가정이며,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녀가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가설은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으로서 그녀가 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과학을 할 때나 일상생활을 할 때, 늘 관찰사실에 근거해 가설을 세운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더 많은 관찰사실을 수집하기도 한다.


 가설과 마찬가지로 법칙도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이다. 그러나 법칙과 가설은 차이점이 있다. 법칙은 일반명제의 형태로만 표현된다. 일반명제는 어떤 집합의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명제를 말한다. 이에 반해, 가설은 일반명제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특수명제로 표현되기도 한다. 특수명제는 "하나의" 사물에 대한 명제를 말한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가설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사물에 대한 주장이므로 특수명제이다. 이에 반해, 만유인력의 법칙(F=Gm1m2/r2)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대한 주장이므로 일반명제이다.


 법칙에는 필연성이 담겨져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어떤 두 물체가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 두 물체는 "필연적으로" 서로 끌어당겨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끌어당길 수도 있고 끌어당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반해, "내 호주머니 안에 있는 모든 동전은 은색이다"라는 진술에는 필연성이 담겨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런 진술은 일반명제일 뿐 법칙이 될 수 없다.

 

   가설 + 3가지 속성 =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은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이고, 사과가 왜 떨어지는지 설명한다. 따라서 만유인력의 법칙도 하나의 가설이다. 다만 만유인력의 법칙은 일반명제이면서 입증증거가 많고 당위성이 담겨 있다. 어떤 가설이 이런 세 가지 속성들을 가지고 있으면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가설과 법칙은 모두 하나의 명제로 구성되어 있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가설도 하나의 명제로 구성되어 있고, F=Gm1m2/r2도 하나의 명제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명제로 구성되면 이론


 이에 반해, 이론은 여러 개의 명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1) 기준계가 무엇이건 빛의 속도는 1초당 30만km로 일정하다, (2)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3) E=mc2라고 하는 세 개의 명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위 세 개의 명제들은 모두 법칙이다. (1)은 특정한 하나의 빛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모든 빛에 대한 주장이므로 일반명제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빛이라면 기준계가 무엇이건 "필연적으로" 1초당 30만 km의 속도로 나아간다고 주장하므로 (1)에는 당위성이 담겨져 있다. (2)와 (3)도 마찬가지로 일반명제들이고 당위성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1), (2), (3)은 모두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들로서 빛과 관련된 여러 현상을 설명한다. 따라서 모두 가설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과학철학자들은 이론이란 가설들의 집합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론이란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고, 법칙은 증명된 주장이라고 보통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 견해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생각해 보면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3개의 법칙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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