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OIL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대로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정유업계의 '다운사이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주력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 놓인 울산에 든든한 비빌 언덕이 돼주던 영역이 바로 정유산업이었다.

바닥까지 추락한 조선이 회복국면을 맞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동차는 어디까지 꺾일지 모른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정유산업을 보며 우리는 불안감을 덜어왔다.

최근 들어 정유산업을 놓고 '슈퍼싸이클의 종말'이 언급될 때마다 땅꺼지는 한숨을 토해냈던 것도 벼랑 끝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아서다. 언제부턴가 우린 내수와 수출이 둘 다 악화되는 쌍끌이 경기둔화의 신호를 감지해왔다. 또 고용이 나빠지면서 희망퇴직을 둘러싸고 거세지는 노사 갈등을 직면해야했고, 도산하는 자영업자들을 눈뜨고 지켜봐야했다.

3대 주력산업의 트리플 부진에 맞닥뜨린 울산은 그야말로 '빼박'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기는 순환한다는 싸이클 이론에만 갇혀 불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다면 더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혁신성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 행보와 투자 활성화라는 어젠다는 다소 진부하긴 해도 지금 우리에겐 시급한 사안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고용 생태계를 회복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기업 역량도 키워야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도 여전히 절실하다. '인건비 때문에 김밥집까지 문을 닫았다'란 자조섞인 푸념은 우리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잘 대변한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원론적인 접근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복과 부를 상징하는 '황금 돼지해'의 기운이 지역 경제에도 골고루 퍼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은 어둡지만 부단한 위기관리 노력만 이어진다면 곧 해가 뜨고 우리 앞에 높인 미래가 개인지 늑대인지 드러날 일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