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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뇌병변장애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안다하더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뇌병변장애는 장애의 원인이 뇌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 되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장애가 다양하다. 운동신경 손상으로 손이나 다리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기본으로 언어장애를 동반하거나 시신경 손상으로 시각장애를 동반, 지적능력 손상으로 지적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장애 판정은 주된 증상인 마비의 정도 및 범위, 불수의 운동 유무 등에 따른 팔, 다리의 기능 저하로 인한 앉기, 서기, 걷기 등의 이동 능력, 일상생활(동작)의 수행 능력 평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마치 모든 뇌병변장애인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편견은 결국 상대적으로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필자 역시 지난 2005년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립 과정 중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을 때 은행 직원으로부터 "글자 쓸 줄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함께 갔던 동료와 은행 직원간 고성으로 번진 기억이 있다. 또 잘 알던 친구의 복지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는데 언어장애가 심해 필담이나 부분적으로 수어를 사용하던 친구인데 장애인복지카드에는 '지적장애'라 표기돼 있었다. 이 후 정정이 됐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결과가 빗어낸 해프닝인 것이다.

언어장애로 인한 뇌병변장애인의 생활상 어려움은 나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나 감정은 물론 가장 기초적인 필요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두통약인데 소통이 안돼 소화제를 먹게 된다든지 국수를 먹고 싶은데 옆 사람이 '너도 냉면 먹을 거지?'라는 물음에 그냥 냉면을 먹게 되기도 한다.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의견이나 결정이 무시되기도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하고 감정과 생각이 억압당하기도 한다. 특히, 발달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족이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해 대리 선택과 결정을 하기도 한다. 말을 배우기 전, 아이들의 우는 소리나 어떤 특정한 행동을 통해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업어서 잠을 재우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나의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 소통의 어려움이 배제와 차별, 학대 같은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 발달로 밥솥이나 냉장고, 세탁기, 내비게이션 같은 제품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언어장애로 소통이 어려운 사람에게 대체보완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이토키 같은 의사소통 지원기기도 있고 요즈음은 스마트폰에 AAC(대체보완 의사소통) 어플을 시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아직 이러한 기기들이 내는 음성이 기계적이라 어색하고 우리 사회가 이런 소통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을 보면 다르다. 현재는 고인이 되었지만 세계적인 지구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은 이러한 의사소통 기기를 통해 일상 소통은 물론 학문적 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대체보완 의사소통에 대한 다양한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발전해 갈 것이지만 우리는 먼저 다양한 소통의 매개체들에 대해 인식하고 친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이 신체·정신적 차이를 가지는 것도 모자라 소통하는 것도 다른 것인가?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람의 음성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의사소통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또한 권리로 보장해주어야 함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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