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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 시인의 『악어책』을 빨리 발음해 보면 아그(아이)책이 됩니다. 책 제목으로도 기발한 상상력이 엿보입니다. 그 원동력이 악어라고 하는데, 악어는 누구일까요? 우리 아이들이겠죠? 그 아이가 시인의 맘속에 살고 있는 거고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악어가 평생 악어로 사는 것이 억울해서 책이 되었다네요.
『악어책』이 태어나기까지 악어는 소곤소곤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인에게 많이 들려주었겠죠? 그때마다 시인은 받아쓰기 하듯 열심히 적었겠지요. 이름도 선물이라고 하니 작가는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도서관, 놀이터에도 같이 다니니 선물 같은 하루하루가 되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악어책』을 선물 받은 우리도 행복해지겠지요.

# 악어책

악어가 나타났다!

도마뱀인 줄 알았는데
악어였다

아악, 엄마야!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엄마가 던진
냄비뚜껑, 국자를
우적우적 씹어대며
쫓아오는 만만찮은 놈
도망치는데
좋은 생각이 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책!

악어야, 너 맛 좀 볼래?

한번 물면 절대
못 놓는다니까

작은 도마뱀인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악어가 나타났어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어. 뾰족한 이빨로 잡아먹으려고 해요. 만화책만 보고 있으면, 눈을 흘기는 엄마도 합세해서 공격해 보지만, 눈도 끔적하지 않고 추격하는 악어. 만화책을 던져 겨우 진정되었지만 언제 또 추격할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때마다 악어는 추격하면서 계속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 같아요.

# 내가 왕이다

아깝다

따닥!

봤제?

세상을 뒤집었다.
딱지치기로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세상을 뒤집었으니 얼마나 신이 날까요? 세상 뒤집을 만한 걸 악어도 또 물고 올 것 같지요?
한 단어의 이미지는 주변의 환경에 따라 고착화 되는데, 우리 곁에 선물 같이 온 장그래 시인 『악어책』의 악어는 악어의 이미지조차 바꿀 것 같아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누구?" 하면 "악어요"하고요.
그 악어는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악어가 아그로 살아서 평생 우리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속에 아이에게도 너는 몇 살이니 하고 물어보고 싶은 날입니다.  아동문학가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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